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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하와이 ‘탄도미사일 위협’ 경보 패닉…“근무교대 중 실수”

등록 2018-01-14 11:49수정 2018-01-15 11:24

토요일 “탄도미사일 위협…즉시 대피” 경보 문자
트럼프-김정은 ‘핵 버튼’ 설전 위기감 가운데
주민들 “일단 욕조에 아이들 밀어넣어” 공포
주 정부, 10여분 뒤 정정…“근무교대 중 실수”
13일 오전 하와이 주민들에게 온 긴급경보 문자. 이 경보가 실수로 발령된 사실은 10여분 뒤에 밝혀졌다. 비비시(BBC) 갈무리
13일 오전 하와이 주민들에게 온 긴급경보 문자. 이 경보가 실수로 발령된 사실은 10여분 뒤에 밝혀졌다. 비비시(BBC) 갈무리
“하와이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위협. 즉시 피난처를 찾으시오. 이것은 훈련이 아닙니다.”

13일 주말을 맞은 미국 하와이 주민들은 느긋한 아침 시간을 즐기는 대신 8시7분에 휴대전화 메시지로 전달된 긴급경보에 화들짝 놀라 대피처를 찾았다. 맷 로프레스티 하와이주 의원은 메시지를 받고 “아이들과 비상용품을 집 안에서 가장 밀폐된 장소인 화장실 욕조 속에 밀어넣었다”며 “그 뒤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파악하려 했다. 왜냐하면 바깥에서 사이렌이나 알람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현지 언론에 전했다. 도로에서는 운전자들이 차량을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으며, 하와이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피난처를 찾아 달리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실리기도 했다.

주민들이 공포 속에서도 가장 가까운 피난처를 모색한 반면 수많은 관광객은 그야말로 혼란에 빠졌다. 마우이섬의 한 호텔에서 경보를 접한 20대 여성은 “우린 죽는 건가? 정말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는 건가? 아니면 그냥 테스트인가? 정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고 <시엔엔>(CNN) 방송에 말했다. 그는 수백명의 호텔 투숙객이 호텔 직원을 따라 호텔 지하 피난처로 “소떼처럼 몰려갔다”고 전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내 핵 버튼은 실제로 작동한다”고 위협하는 등 북-미 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지난달 하와이에서는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핵 공격에 대비한 대피 훈련이 이뤄지면서 전쟁에 대한 주민들의 경각심이 한껏 올라가 있었다. 북한은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는 등 거듭 핵무력을 과시했고, 트럼프 정부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저강도 핵무기를 늘리려 하고 있다.

하와이는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영토 중 하나로, <시엔엔>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에서 약 7500㎞ 떨어진 하와이에 도달하기까지 불과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번 미야기 하와이 주정부 비상관리국(HEMA) 국장은 미군 태평양사령부가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기까지 5분가량 걸려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15분 정도라고 밝혔다.

당국은 13일 오전 발령된 미사일 경보는 실제 상황도 아니고 훈련도 아니며 단지 실수에 불과했다는 것을 트위터 등을 통해 거짓경보 발송 10여분 뒤부터 대중에 알리기 시작했다. <호놀룰루 스타애드버타이저>는 주방위군과 호놀룰루 경찰국이 태평양사령부를 통해 경보가 나간 지 3분 만에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고, 비상관리국은 8시20분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하와이에 미사일 위협은 없다”고 알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비상관리국이 경보가 잘못 나갔다는 정정 문자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보낸 것은 8시45분으로, 주민들 대부분이 긴급경보가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38분간의 극심한 공포를 견딘 뒤였다. 한 주민은 “내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몇분을 보냈다. 대체 왜 그 경보가 실수였다는 걸 알리는 데 38분이나 걸린 건가?”라며 분노를 드러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는 “미사일 경보는 비상관리국 직원이 통상적인 작업교대 도중 경보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다 실수로 잘못된 버튼을 눌러 나간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템 오류나 해킹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실수”라는 것이다.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경보 시스템을 보완하는 한편, 비록 거짓 경보였지만 경보가 전달되지 않은 경우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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