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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구휼이냐 전염병 예방이냐…미 샌디에이고 홈리스 급식 논쟁

등록 2018-01-16 11:56수정 2018-01-16 20:43

A형 간염 확산 이유 노숙자 급식 금지령
급식 자원봉사자들 경범죄 위반으로 기소
“보건상 필요 조처” vs “비인도적 처사”
홈리스 급식 자원봉사자가 트위터에 올린 급식과 경찰 단속 장면 사진.
홈리스 급식 자원봉사자가 트위터에 올린 급식과 경찰 단속 장면 사진.
감염병 차단을 위한 급식 금지령을 지켜야 하나, 아니면 굶주린 이들을 계속 도와야 하나.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A형 간염으로 비상이 걸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노숙자 급식 금지령을 어긴 자원봉사자들이 경범죄 위반 혐의로 기소돼 논쟁이 일고 있다고 <엔비시>(NBC) 방송이 15일 보도했다.

지난 14일 샌디에이고 엘커혼시의 한 공원에서 ‘금지를 깨자’는 이름의 자원봉사자 모임이 테이블을 놓고 홈리스들한테 아침 식사와 위생용품, 양말을 제공했다. 봉사에 나선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경찰이 나타나 체포 가능성을 경고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소리 지르며 항의했고, 경찰은 급식에 나선 14살 소녀를 포함해 12명을 체포해 기소했다.

경찰이 출동한 것은 자원봉사자들이 시당국의 홈리스 급식 금지 조례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에서는 A형 간염의 유행으로 20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감염됐다. 유타주에서도 이 질병이 확산되는데, 샌디에이고가 진원으로 지목됐다. 엘커혼시 당국은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불결한 생활을 하는 홈리스나 약물 중독자를 주요 감염 경로로 판단하고 지난해 10월부터 “공공장소에서의 음식 나누기”를 금지시켰다.

자원봉사자들은 위생시설 확충 등을 통해 감염 방지에 나서야 할 당국이 홈리스 급식 중단이라는 비인도적 조처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하는 변호사 스콧 드레허는 “시 조례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줄 권리를 제한한다”며 이는 행동으로 표현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고 말했다.

시당국은 홈리스에 대한 위생 관리와 백신 배포, 수용시설 설치 노력도 한다며, 보건상 필요한 조처를 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엘커혼시 대변인은 “그것은 급식 금지가 아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음식을 제공해 홈리스들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공원 환경은 깨끗하지 않다”고 말했다.

홈리스 증가 문제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가디언>은 미국 정부 집계에서 지난해 홈리스 수는 55만3742명으로 전년보다 0.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지난 이후 첫 증가인데, 경기 회복에 따른 미국 동부와 서부의 부동산 임대료 상승이 낳은 역설적 현상이다. 뉴욕에서는 4.1%나 늘었고, 서부 시애틀과 샌디에이고 등도 홈리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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