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3일 의료보험 경쟁 촉진 법안에 서명하고 이를 들어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번에 발표된 첫 정기 건강검진 보고서. 백악관 공식 사진 합성.
백악관 의료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기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하면서 의료 전문가들과 언론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백악관 의료진은 지난 12일 실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기 검진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해군 장성이자 백악관 공식 주치의인 로니 잭슨 박사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나이, 키, 몸무게, 혈압, 산소포화도 등의 신체 지수 필수항목은 물론이고 눈, 목, 심혈관계, 소화기계, 신경계 등 신체 각 부분에 대한 검사 결과가 상세히 적혀 있다.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키는 190.5㎝, 몸무게는 108.4㎏이며, 안정심박수는 분당 68회, 산소포화도는 99%다. 체질량지수(BMI)는 29.9로 비만 판정 기준인 30을 근소하게 밑돌았다.
특히 우려가 나왔던 심혈관계 검사의 결과도 정상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심장 검사 결과 소견은 ‘정상’이며, 미국 대통령의 심장은 ‘규칙적인 리듬으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잭슨 박사는 71살 7개월의 인생을 살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훌륭하다’는 소견을 냈다.
잭슨 박사는 이날 발표에서 “유전적이다. 사람들 중에는 그냥 유전자가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며 “나는 대통령에게 20년 전부터 좀 더 건강한 식습관을 가졌다면 200살까지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미디어인 <복스>는 잭슨이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들의 주치의를 지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다르다. 외부 의료진들이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지질 성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혈압은 122/74이며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223㎎/㎗,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143, 중성지방은 129,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6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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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스탠퍼드대학교의 예방심폐의학과 과장 데이비드 마론 박사의 소견을 소개했다. 마론 박사는 “대통령이 10㎎의 크레스토(동맥경화용제)를 복용하는데도 140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나왔다는 점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크레스토는 100 이하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전문의는 “크레스토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최소 30% 정도 낮추는데, 이 말은 조절 전 트럼프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에 달한다는 얘기다. 위험하다”고 밝혔다. 스크립스 연구소의 에릭 토폴 박사는 <
뉴욕타임스>에 “운동을 하지 않는, 70살이 넘은 비만 환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정말 높은 LDL 수치다. 혈액 검사 수치를 보라. 당연히 위험하다”라고 밝혔다.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
CNN)의 의학전문 통신원이자 의학 박사인 산제이 굽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09년부터 심장으로 가는 혈관 내의 칼슘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검사해왔다”며 “지난 주에 받은 건강검진에서도 동일한 검사를 받았는데 이 수치는 계속 상승해왔다”고 밝혔다. 굽타 박사는 “이 수치가 일정 수준에 달한다는 건 심장병이 있다는 뜻”이라며 “내가 (주치의인) 잭슨 박사에게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대통령이 이 모든 검사를 완벽하게 마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검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묻자 이내 순응하며 심장 질환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치료를 위해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약품을 늘리긴 하겠지만, 어떤 기준으로든 심장병 전문의가 검사의 결과를 보면 대통령에게는 심장 질환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그의 상태는 의약품으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 새라 샌더스는 잭슨 박사가 “트럼프의 건강을 검사한 유일한 인물이며 트럼프의 건강에 있어서 유일하게 믿을 만한 출처”라며 건강 이상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보수 성향의 온라인 정치 매체 <타운홀>의 정치 에디터인 가이 벤슨은 산제이 굽타를 두고 “실제로 트럼프의 신체를 검사한, 존경받는 의사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신중하지 못하고 비윤리적”이라고 반박했다.
보수 언론인 <
폭스뉴스> 역시 산제이 굽타가 신뢰성 있는 의사의 소견에 반박해 트위터 등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수치로 표현된 대통령의 건강 성적표를 두고도 진보와 보수 언론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회의적인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체질량지수 수치가 29.9로 비만 기준인 30과 0.1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발표에 가벼운 의혹을 던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트위터의 일부 사용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키와 몸무게가 비슷한 운동 선수들의 사진을 올리며 비교를 하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WheXXXXXX’는 “로니 잭슨 박사는 트럼프가 6피트 3인치에 239파운드라고 한다. (미식 축구팀) 캘리포니아 팬서스의 라인배커(최종 수비수) 루크 키클리가 6피트 3인치에 238파운드다.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트위터에는 이렇게 같은 사이즈의 운동 선수와 트럼프를 비교하는 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