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잭슨 백악관 주치의가 1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검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 최고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심장질환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16일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검진 결과를 두고 심장 전문의들이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데시리터당 143밀리그램이어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고 17일 보도했다. 로니 잭슨 백악관 주치의가 심장 건강이 “훌륭하다”고 평가한 것과는 상반된 해석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HI)은 바람직한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데시리터당 100밀리그램 이하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치는 ‘정상에 근접’(100~129)보다 높은 ‘주의’(130~159) 단계다.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많아 혈관벽에 쌓이면 혈관이 좁아져 심근경색 위험이 커진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고령에 비만(192㎝m·108㎏)이기 때문에 위험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펜실베이니아 의대 지질 클리닉의 대니얼 래더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콜레스테롤을 30% 이상 낮출 수 있는 약을 복용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약 복용 전 수치는 200(‘매우 높음’)에 달할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시엔엔>(CNN) 방송 의학취재팀장이자 의사인 산제이 굽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상동맥칼슘 수치(심장으로 연결되는 혈관에 동맥경화로 인한 칼슘이 축적된 정도)가 2009년 34, 2013년 98, 이번 검사에서 133으로 크게 뛰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기 내를 포함하는 향후 3~5년 안에 심근경색이 올 위험이 있다고 봤다. 굽타는 “100을 넘는 수치는 심장질환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뉴욕 타임스>는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복용하면 칼슘 수치가 올라갈 수 있으므로 이 수치가 과하게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발표 당시 잭슨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장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전통적으로 심장질환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는 흡연도 하지 않고 당뇨병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초음파검사 결과가 정상이고 운동 검사에서도 상태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콜레스테롤 저하제 복용량을 늘릴 예정이며,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게 하겠다고도 했다. 잭슨은 12년간 백악관 주치의로 버락 오바마,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건강도 돌봤다.
지난 12일 검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자진해서 인지능력 검사도 받았다. 잭슨은 자신은 검사가 필요 없다고 봤지만 “대통령이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전날 70명 이상의 정신의학 전문가가 대통령의 정신건강 검사가 필요하다는 서한을 잭슨에게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억력과 인지력을 검사하는 몬트리얼 인지평가를 받았는데, 잭슨은 대통령이 26점을 넘기면 정상으로 보는 이 검사에서 30점 만점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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