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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교황이 말한 ‘가짜 뉴스 판별법’은 트럼프 향한 메시지?

등록 2018-01-26 15:17수정 2018-01-26 16:16

24일 월드 커뮤니케이션 데이 맞이 메시지에서
‘가짜 뉴스와 평화를 위한 저널리즘’ 주제로 발표
영미권 언론, 일부만 진실·즉각적 분노 등 트럼프와 연관
지난 2017년 5월 24일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 한겨레.
지난 2017년 5월 24일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 한겨레.
프란치스코 교황이 ‘월드 커뮤니케이션 데이’를 맞아 가짜 뉴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언론에서 이 메시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황청은 24일 “‘월드 커뮤니케이션 데이’에 보내는 교황 성하의 메시지”라며 프란치스코 교황 이름으로 신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표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요한복음의 구절을 제사로 시작하는 이 글의 주제는 ‘가짜 뉴스와 평화를 위한 저널리즘’이다.

교황은 소통이 “유대감을 경험하게 하기 위한 신의 극히 중요한 계획의 일부”라며 “창조자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는 진실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고 밝혔다. 이후 교황은 “그러나 우리가 자존심과 이기심에 굴복할 때는, 소통의 능력을 왜곡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아주 오래전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우리 각 개인과 사회의 상태를 보여주는 징후”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가짜 뉴스’는 “일반적으로 온라인이나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을 뜻합니다”라며 “이는 독자를 조종하고 기만하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지 않거나 왜곡된 데이터에 기반한 허위 정보를 말하며, 특정한 목적을 진작하거나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주거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발표한 교황의 편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말로 시작한다. 사진 교황청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24일 발표한 교황의 편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말로 시작한다. 사진 교황청 홈페이지 갈무리.
또한 교황은 “가짜 뉴스가 효과적인 이유는 진짜 뉴스를 흉내 내고 그럴 듯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라며 “또한 이 거짓이지만 믿음직해 보이는 뉴스는 고정관념과 사회적인 편견에 호소하고 불안, 분노, 경멸, 좌절 등의 즉각적 감정을 이용해 대중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교황은 “거짓된 이야기들은 너무도 빨리 퍼져서 당국(또는 당사자)이 이를 부정하더라도 피해를 막을 수 없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창궐하는 가짜 뉴스를 식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성서 속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를 ‘뱀의 간교’라고 칭하며 창세기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에서 신이 먹지 말라 한 선악과를 이브가 먹도록 꾀는 사탄(Satan)의 책략을 분석했다. 교황은 인류 최초의 ‘가짜 뉴스’를 전파한 건 뱀의 형상을 하고 이브에게 접근한 사탄이라며 “이 유혹자는 이브에게 친구인 척,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는 척 접근해 ‘일부만 진실’인 이야기를 꺼냈다고 밝혔다.

성서에서 뱀은 이브에게 “신이 너희에게 이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고 하더냐”라고 묻는다. 창세기에서 신은 아담과 이브에게 우리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과실만 먹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사탄은 신이 ‘선악과를 먹으면 죽을 것이다’라고 경고한 말에 대해 “죽지 않는다”라며 “신이 이 과실을 먹지 말라고 한 이유는 이걸 먹으면 너희 눈이 떠져 신처럼 선과 악을 구분하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이브를 꾀었다.

교황은 이브가 이 일부만 진실인 가짜 뉴스의 책동에 속아 결국 선악과를 따먹게 되었다면서도 결국 사탄의 꾀임에 넘어가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황은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이유는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되기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채울 수 없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며 “하나의 거짓말에서 시작해 다른 거짓말로 이어져 우리 내면의 자유를 속박하는 사탄의 기만적 힘은 권력에 대한 갈증, 쾌락과 소유물에 대한 열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영미권 언론은 교황이 보낸 이 메시지를 트럼프와 연관시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케이블뉴스네트워크>(CNN)는 가짜 뉴스고 <폭스뉴스>는 진짜 뉴스라고 말한 반면, 교황은 그 말이 사실인지 판가름 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워싱턴포스트>는 교황이 말한 가이드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월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리트위트한 “무슬림 이민자가 목발을 짚고 있는 네덜란드 소년을 두들겨 패다”라는 영상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 영상은 교황이 지적한 모든 요소를 담고 있다. 영상 자체는 사실이었으나 가해자가 이민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며(‘일부만 사실’), 당시 무슬림 혐오와 반이민 정서에 불을 붙이려던(‘즉각적 분노’) 트럼프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했다.

영국의 일간지 <메트로> 역시 “트럼프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같은 날 교황은 이 편지의 일부를 인용해 자신의 트위터에 “허위 정보보다 더 해로운 것은 없습니다. 거짓에 대한 믿음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합니다”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뉴욕데일리뉴스>는 “언어 범죄의 해로움에 대해 트럼프에게 교황이 보내는 메시지”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신이 선정한 ‘2017년 가짜 뉴스상’이라며 10건의 기사를 미국 공화당 누리집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이 리스트에서 트럼프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심각한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폴 크루그먼의 <뉴욕타임스> 칼럼을 1위로 꼽았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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