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5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쪽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의 원로 외교 인사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각)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최선의 경로는 기존의 6자 포럼(회담) 부활을 통한 합의”라며 “그게 실패하면 미국과 중국에 의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상원 군사위원회가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을 주제로 연 청문회에 나와 이렇게 밝혔다.
키신저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지난해 압박 공세는 성과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문제의 본질과 관련해선 어떤 돌파구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 이유로 “역대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공급 차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호소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 그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며 ‘중국 역할론’의 한계를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6자회담 부활과 ‘실패 시 미-중 간 합의’를 한반도 비핵화의 수단으로 제시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간 단계가 협상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현존하는 북한의 핵무기 해체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한 단계들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의 선제 공격 가능성과 관련해 “선제 타격으로 북핵 문제를 처리하려는 유혹이 강하지만, 미국의 어떤 주요 관료들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의 중요한 지역, 최소한 아시아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중국과 러시아 국경에서 미국의 일방적 전쟁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정치적 결과에 대해 숙고하지 않고 추상적인 군사 계획에만 의존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합참의 케네스 매켄지 중장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훈련을 중지한 것이 아니다. 올림픽 기간과 겹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훈련은 올림픽 이후 즉시 지속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핵과학자회(BAS)는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구종말 시계’ 분침이 밤 11시58분으로, 자정(종말) 2분 전을 가리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밤 11시57분30초에서 30초 앞당겨진 것으로, 미국과 옛 소련의 첫 수소폭탄 실험이 있었던 1953년 이후 ‘종말’에 가장 가까워졌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수소폭탄 실험 등 북핵 프로그램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노선, 기후변화 등이 인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종말시계는 인류에 의한 지구 종말 위기 수준을 나타내는 상징적 표현으로, 매년 전 세계 물리·환경 분야 과학자와 노벨상 수상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발표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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