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고용인에 대한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카지노 재벌이자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 재무위원장 스티브 윈의 2016년 3월15일 사진. AP 연합뉴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고용인들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76)이 공화당 전국위원회 재무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뉴욕 타임스>는 27일 로나 롬니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이 “스티브 윈이 재무위원장에서 물러나는 것을 오늘 수용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윈의 사임은 언론의 성추문 폭로에서 비롯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카지노 리조트를 비롯해 다수의 카지노를 소유하고 운영 중인 카지노·부동산 업계의 거물인 윈이 고용인들에게 권력을 이용해 10년 넘게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전·현직 직원 150명을 취재해 26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윈이 2005년 라스베이거스 리조트에서 일하는 손톱관리사에게 성행위를 강요했고, 이후 이를 무마하려 750만달러(약 80억원)를 합의금으로 건넸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윈이 수년 전 라스베이거스 리조트에서 일하던 마사지사를 성추행했다고도 보도했다. 마사지사는 윈이 성기를 마사지하라고 하는 등 성적인 요구를 했고 자신은 고용주인 윈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이 매체에 증언했다. 윈은 “터무니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윈은 공화당과 민주당에 520만달러(55억4500만원) 이상을 기부한 미국 정계의 주요 후원자 중 하나다. 그는 최근 수년간은 공화당에 집중적으로 후원금을 쏟아부었다. <뉴욕 포스트>는 2012년부터 윈이 공화당주지사협회에 250만달러(26억6천만원)를 기부하는 등 300만달러(32억원) 이상을 공화당에 후원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80~90년대 사업상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던 윈을 2016년엔 “위대한 친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대선 직후 윈은 2018년 중간선거를 위한 기금 모금의 중책을 맡고 공화당 전국위원회 재무위원장에 임명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해 주요 후원자였던 할리우드 거물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으로 곤욕을 치렀던 민주당이 공화당에 대해 “반격의 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공화당은 와인스틴 사건을 두고 “민주당이 정말로 여성의 편에 서 있다면 (와인스틴이 기부한) ‘더러운 돈’을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민주당은 윈 사건에 대해 공화당이 즉각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 “이게 바로 공화당이고, (성추행 혐의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와 로이 무어의 당”이라고 비난했고, 당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공화당이 받은 돈을 돌려줄 차례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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