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우마 서먼의 ‘와인스틴 성폭력 폭로’를 보도한 <뉴욕타임스> 인터넷 기사의 일부.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우마 서먼은 성폭행 당했다. 성추행도 당했다. 신뢰하던 사람들로부터 배신당하고 정신적 폭력을 당했다. 우마 서먼을 슈퍼스타로 만들어 준 영화 <킬 빌>에서 맡은 ‘더 브라이드’ 역할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마 서먼이 할리우드에서, 그리고 성폭력 고발 ‘#미투 캠페인’을 촉발시킨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게서 당한 실제 이야기를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에 털어놨다.
우마 서먼은 사실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에 추수감사절 인사글을 올리면서 와인스틴을 향해 의미심장한 글을 남겨 성폭력 피해를 추측할 수 있게 했다. 당시 서먼은 “모두 행복한 연휴가 되길 바란다”며 “하비 당신, 그리고 모든 사악한 공모자들만 빼고-난 일이 천천히 진행돼 기쁘다- 당신은 총에 맞을(단번에 죽을) 자격이 없다”고 적었다.
서먼은 1994년 하비 와인스틴이 제작하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한 영화 <펄프 픽션>에서 미아 월러스 역으로 출연했다. 이 영화를 통해 세 사람 모두 스타덤에 올랐다. 세 사람은 2003년과 2004년 <킬 빌> 시리즈를 함께 작업했다. 우마 서먼은 와인스티과 타란티노가 창조한 세계의 뮤즈이자 여신, 여전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어두운 비밀이 감춰져 있었다.
이후 1994년 <펄프 픽션> 성공의 여운 속에 와인스틴과 그의 첫 아내 이브를 처음 만났고, 와인스틴으로 첫 ‘공격’을 당하기 전부터 서로 잘 알고 지냈다. 와인스틴은 종종 몇시간씩 공을 들여 서먼에게 여러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에 ‘위험 징후’를 간과했다. 상황이 급변한 건 와인스틴의 파리 호텔방에서 있었던 한 회의 때부터다. 회의에서 와인스틴은 목욕 가운을 입고 있었다. 서먼은 그를 매우 기이한 괴짜 삼촌 정도로 여겼다. 서먼이 와인스틴의 요구에 응해 따라 간 곳은 한증막이었다. 검은 가죽 부츠와 바지, 재킷을 입고 있었던 서먼은 “말도 안돼, 뭐 하는 짓이냐?”고 물었고, 와인스틴은 미친 것마냥 펄쩍 뛰더니 뛰쳐나갔다.
첫번째 공격은 이 무렵 런던 사보이 호텔 스위트룸에서 이뤄졌다. 와인스틴은 서먼을 밀쳐 넘어뜨렸고 서먼 위에 올라 타려고 했고, 노출을 시도했다. 와인스틴은 서먼에게 “온갖 종류의 불쾌한 일들”을 했다. 다음날 와인스틴은 서먼에게 한 다발의 장미꽃을 보내왔다. 메모에는 “너는 대단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후 와인스틴은 “우리가 함께 해야 할 많은 프로젝트가 있다”며 다시 일 이야기를 꺼냈다. 서먼은 와인스틴을 다시 만나 “만일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게 했던 짓 같은 일을 한다면 당신은 커리어와 명성과 가족을 잃게 될 것이다. 내가 약속한다”고 경고했다.
당시 호텔 아래에선 서먼의 친구 일로나 허먼이 기다리고 있었다. 허먼은 서먼이 엘리베이터에서 매우 흐트러진 모습으로 몸을 떨면서 내렸다고 증언했다. 당시 서먼은 와인스틴으로부터 커리어를 망칠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허먼에게 털어놨다.
서먼의 주장에 대해 와인스틴은 다른 피해 증언 때와 마찬가지로 부인했다. 와인스틴의 변호사 벤 브래프먼은 “와인스틴이 슬퍼하고 어리둥절했다”며 <뉴욕타임스> 보도 몇시간 만에 법적인 대응을 경고했다. 브래프먼은 “25년 전 와인스틴이 파리에서 서로 은근히 눈빛을 교환한 뒤 서먼의 신호를 오해해 곤란하게 만든 점은 인정한다”며 “즉시 사과하고 깊이 후회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먼은 와인스틴을 만나기 전 이미 한차례 또다른 심각한 성폭력을 경험했음을 폭로했다. 16살 때 맨하튼에 있는 스튜디오 아파트에 살면서 영화계에 입문했을 때다. 어느 겨울 밤 한 클럽에 갔다가 20살 가까이 많은 남자 배우를 만났고, 그의 집으로 강압적으로 끌려갔다. “안 된다고 말하고, 울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할 정도로 거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서먼은 회고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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