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대통령의 연임, 특히 3선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한 번 연임만 허용하는 임기 제한을 극복하려고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박정희의 3선개헌처럼 ‘헌법 쿠데타’를 동원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에콰도르가 3선을 금지하기로 해 남미의 장기집권 행렬에 제동이 걸릴지 관심을 끈다.
<에이피>(AP) 통신은 4일 대통령 임기를 재선으로 제한할지를 묻는 에콰도르의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64%에 이른다는 임시 개표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표는 2007~2017년에 3선 대통령을 한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이 2015년 연임 제한을 아예 없앤 것을 되돌리려고 시행됐다.
2017년에는 대선에 안 나오는 조건으로 의원들을 설득해 연임 제한을 없앴던 코레아 전 대통령은 이제 2021년 대선에 나올 수 없다. 국민투표에는 레닌 모레노 현 대통령과의 권력 싸움도 배경에 있다. 코레아 전 대통령과 그 밑에서 부통령을 한 모레노 대통령은 좌파 여당의 동지였다가 완전히 척을 졌다. 코레아 전 대통령은 모레노 대통령을 “반역자”라고 비난한다.
이에 반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변칙적 방식으로 ‘3선 개헌’에 성공했다. 그의 개헌 시도는 2016년 국민투표에서 51.3%의 반대로 부결됐다. 하지만 불법 선거운동 탓에 결과가 왜곡됐다며 소를 제기했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들였다. 2006년부터 집권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미 3선을 했지만, 연임 제한 조항이 생긴 2009년 이후부터 피선 횟수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번 결정으로 2021년 ‘3선’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앞서 2007년부터 집권한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도 의회가 연임 제한 조항을 없애면서 2016년 3선에 성공했다. 연임 제한 폐지는 2013년 4선 임기 도중 병사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선구자’다.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도 사법부의 지원으로 연임 제한을 없애고 재선해 지난달 27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가 임명한 대법관들이 2015년 연임 금지를 철폐했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대선에서는 60% 개표 상황에서 야당 후보가 5%포인트가량 앞섰는데 최종 결과는 1.53%포인트 차이로 뒤집어졌다. 개표 과정을 모니터링한 미주기구(OAS)는 다수의 변칙 행위를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남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이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은 헌법이 아니라 사법당국에 의해 3선의 꿈이 위협받는다. 그는 두차례 임기 뒤 두번 쉬어 연속 3선 제한에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난달 항소심에서 돈세탁과 뇌물죄로 징역 12년1월을 선고받았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 등록 때까지 상고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출마가 가능하지만 사건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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