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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워싱턴에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 계획…트럼프의 ‘꿈’ 이뤄지나

등록 2018-02-07 11:46수정 2018-02-07 14:11

워싱턴포스트 “트럼프가 군사 퍼레이드 준비 지시”
백악관~의사당 잇는 펜실베이니아가 장소로 거론
작년 파리 퍼레이드 보고 “눈부시다” 부러움 표시
“미군에는 낯선 행사”·“전체주의 풍경” 비판도
지난해 7월14일 바스티유 데이에 프랑스군 장갑차 행렬이 샹젤리제가를 지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14일 바스티유 데이에 프랑스군 장갑차 행렬이 샹젤리제가를 지나가고 있다.
워싱턴 중심가에 70t짜리 에이브럼스 탱크가 굉음을 내며 줄지어 행진하고 상공에는 전투기들이 날아간다? 평양 김일성광장이나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대한 군사 퍼레이드가 워싱턴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방부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6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병역 기피 의혹을 받고 있지만 미국의 군사적 힘을 과시하며 ‘군사 마니아’적 면모를 보여 왔다. 전략폭격기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면서 북한에 미국을 얕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국방부를 방문했을 때 제임스 매티스 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에게 이런 희망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군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같은 퍼레이드를 원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며 “군 최고 지휘부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도 “그런 요청을 알고 있으며, 구체적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7월14일 ‘바스티유의 날’에 프랑스군 열병식을 관람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7월14일 ‘바스티유의 날’에 프랑스군 열병식을 관람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바스티유의 날’ (프랑스혁명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를 관람하고 극찬한 바 있다. 당시 샹젤리제 거리에서 프랑스군 병력이 탱크 등 군 장비들과 함께 행진하고 개선문 위로 전투기들이 날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박수를 칠 때 옆자리의 트럼프 대통령은 사뭇 엄숙한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했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군의 행진이 눈부셨다며 미국에서도 이런 퍼레이드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큰 감동을 받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두 달 뒤 마크롱 대통령을 다시 만났을 때 “내가 본 퍼레이드들 중에 가장 멋졌다”며 “정확히 두 시간짜리였는데, 군사적 힘을 보여줬다. 프랑스와 프랑스의 정신을 위해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프랑스를 능가하는 퍼레이드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백악관에서는 해병대 대장 출신인 존 켈리 비서실장이 이 문제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레이드 날짜와 규모, 참가 병력이나 무기 등 구체적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독립기념일인 7월4일이 거론된다. 현충일인 5월28일에 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국방부 쪽에서는 1차대전 승전 100돌이 되는 11월11일 재향군인의 날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소로는 의사당과 백악관을 잇는 펜실베이니아가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의 취임식 행렬이 지나간 곳으로 그가 소유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도 면해 있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도 “미국인들에게 우리 군대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군사 퍼레이드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펜실베이니아가에서 군대가 행진할 수도 있다. 뉴욕이나 워싱턴 상공으로 군용기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군의 전통에서 벗어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조직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거나 구시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세계 최강 군대인 미군은 실질적 군사 능력을 강조하지, 전체주의 국가나 전통을 중시하는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제식훈련이나 열병식에 익숙하지 않다. 라이스대에서 대통령 역사학을 전공하는 더글러스 브링클리 교수는 군 병력이 행진하고 대통령이 손을 흔드는 장면을 생각해보라며 “전체주의 국가와 비슷한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취임식.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취임식.
미군이 워싱턴에서 행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1991년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 때 걸프전 승전을 기념해 워싱턴 콘스티튜션가에서 미군이 행진한 적이 있다. 이보다 앞서 냉전 때인 1949년과 61년에 워싱턴에서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대통령사 연구자인 마이클 베실로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퍼레이드 계획에 대해 “험악했던 냉전 시대를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각각 해리 트루먼과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 진행된 워싱턴 군사 퍼레이드에 대해 “붉은광장의 레닌 무덤 앞에서 한 퍼레이드에 대응하려는 것이었다”며 “소련이 그런 퍼레이드를 한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소련군이 실제로는 훨씬 약하다는 사실을 감추려는 이유에서였다”고 말했다.

넓은 국토에 산재해 있는 병력과 장비를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대규모로 미사일 발사 장비를 과시한다면 미국인들에게 애국심보다는 평양식의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는 군사 퍼레이드를 전체주의적 문화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며 “그것은 우리의 자유를 지켜주는 이들을 기념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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