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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78살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최장 연설 기록

등록 2018-02-08 12:22수정 2018-02-08 21:32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이민 문제 8시간7분 연설
“공화당의 도덕적 비겁함 끝내야 한다” 열변
SNS에선 “10㎝ 하이힐 신고 놀랍다”는 반응도
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78살,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10시4분에 하원 연단에 섰다. 2007년부터 4년간 하원의장을 역임한 원로 정치인으로서 묵직한 몇 마디를 던지고 내려갈 법도 했지만 그의 입은 닫히지 않았다. 마침내 8시간7분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마이크에서 입을 떼자, 민주당 의원들은 환호하며 그와 손뼉을 마주쳤다.

의회 사가들은 펠로시 원내대표의 하원 연설 시간은 기록이 남아 있는 한에서는 역대 최장이었던 1909년 챔프 클라크의 5시간15분을 깬 것이라고 밝혔다. 그를 기록으로 이끈 것은 ‘불법 이민 청소년 추방 유예’(DACA·다카) 문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어려서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미국에 온 이들을 보호하려고 만든 제도인데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했다. 민주당은 180만명이 추방 위기에 놓였다며 이를 예산안 협상과 연계시키고 있다.

그러나 상원의 공화·민주당 지도부가 이 문제를 외면한 채 국방 예산 상한을 2년간 각각 800억·850억달러 늘리는 등 지출 상한을 3000억달러(약 326조원) 늘리기로 합의한 게 펠로시 원내대표를 자극했다. 그는 출근길 차 안에서 보좌진에게 연락해 다카 프로그램 적용자인 ‘드리머’들의 사연과 적절한 성경 문구를 민주당 의원 전원을 상대로 수집해달라고 요구했다.

연단에서 그는 “드리머들은 잔혹한 공포의 구름과 불확실성 아래에서 무시당하고 있다”, “공화당의 도덕적 비겁함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할 때 묵주가 없다고 하자 다른 의원이 묵주를 전달하기도 했다. 연설 도중에도 앞서 수집을 주문한 다카 대상자들의 사연이 연단으로 수백 건 전달됐다. 그는 나이지리아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젊은이의 사연 등을 소개했다. 또 상원처럼 이민 문제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라고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요구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7일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7일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하원에는 필리버스터 제도가 없다. 다만 의장과 원내대표들에게는 무제한의 연설 시간을 허용하는 ‘매직 미닛 룰’이 있는데, 펠로시 원내대표는 이를 이용했다. 연설 도중에는 의회 직원의 메시지를 전달받고는 “의회 사가가 적어도 1909년 이후로 최장 연설이라고 확인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탈리아계인 펠로시 원내대표는 ‘야당 투사’보다는 ‘멋쟁이 할머니’의 이미지를 지닌 편이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이번 연설이 왜 그가 오래가는 정치인인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그의 연설을 “다카 버스터”로 부르며, 그 나이에 10㎝ 굽의 신발을 신고 장시간 열변을 토한 게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펠로시 원내대표의 기습적 공세에 공화당에서는 불평이 나왔다. 젭 헨살링 의원은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은 2분짜리였다. 미국인들은 그게 최고의 연설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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