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독일 뭔헨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뮌헨/ EPA 연합뉴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지난 몇달간 대통령과 불화해 왔으며, 지난해 11월에는 경질도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해 11월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경질 관측이 나왔을 때 맥매스터 보좌관도 교체 대상으로 검토됐다고 20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를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로 교체하고 싶어 했으나 존 켈리 비서실장이 반대했다는 설명이다. 취임 1년도 안 돼 국가안보 보좌관을 두 번이나 교체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최근 주변에 은퇴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으나, 자중하며 때를 기다리다가 천직인 군에서 다른 보직을 찾게 될 수도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맥매스터는 러시아 게이트로 수사를 받고 있는 마이클 플린의 뒤를 이어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으로 임명됐다. 현역 육군 중장이기도 한 맥매스터는 북한에 대한 ‘코피 전략’ 등 군사 옵션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동행한 의원들에게 이를 부인한 바 있다.
맥매스터는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국가안보 보좌관 후보가 아니었다. 더구나 잘 훈련되고 집중력 있는 성격인 맥매스터는 잡담을 좋아하고 이 주제 저 주제를 두서없이 이야기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종종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속사포처럼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맥매스터의 브리핑 스타일을 짜증스러워 했고, 맥매스터의 긴 브리핑에 지쳐 다른 참모들이 있는 앞에서 “저 친구 봐라, 너무 심각하잖아!”라고 불평을 했다. 이 때문에 백악관 관계자가 그에게 보고서를 단순화하고 압축하는 방식으로 적은 선택지만 제공해 대통령의 의사 결정을 쉽게 만들라고 촉구했다는 전언이다.
비공개였던 충돌을 공개 모드로 전환한 건 맥매스터였다. 그는 17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관련해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로버트 뮬러 특검이 러시아인 13명과 기관 3곳을 기소한 직후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맥매스터 장군은 선거 결과가 러시아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 잊었다”는 글을 올리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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