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미 보수, 총기규제 촉구 생존 학생에 “FBI 꼭두각시” 음모론

등록 2018-02-21 17:10수정 2018-02-21 17:41

플로리다주 총기 참사 고교 생존 학생들이 총기규제 캠페인하자
극우·보수 진영서 ‘배후론’ 제기…“17살짜리들이 스스로 계획?”
미국 보수 웹사이트 <게이트웨이 펀딧>이 21일 누리집에 플로리다주 고교 총격 참사 생존자이자 최근 총기규제 발언에 앞장서고 있는 학생 데이비드 호그를 비난한 글을 올렸다. 사진출처: 게이트웨이 펀딧 갈무리
미국 보수 웹사이트 <게이트웨이 펀딧>이 21일 누리집에 플로리다주 고교 총격 참사 생존자이자 최근 총기규제 발언에 앞장서고 있는 학생 데이비드 호그를 비난한 글을 올렸다. 사진출처: 게이트웨이 펀딧 갈무리
미국의 보수적인 언론과 인사들이 플로리다주 고교 총격 참사 이후 총기 규제 촉구에 앞장서고 있는 생존 학생들 뒤에 ‘배후’가 있다는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참사로 17명이 숨진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 학생들이 집회와 언론 인터뷰,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전례없는 총기 규제 캠페인을 벌이자, 위기감을 느낀 보수 진영이 ‘생존자 흠집내기’에 나선 모양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일부 우익 웹사이트는 물론 러시 림보 같은 보수 주류 인사들이 점점 더 플로리다 생존 학생들을 ‘슬픔에 잠긴 생존자’가 아니라 ‘미국법을 훼손하려고 비극을 악용하려는 (총기규제론자들의) 볼모와 음모론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일 현재 소셜 미디어에서는 생존 학생들이 총격사건 현장을 돌아다니며 총기에 대한 분노를 부추기는 ‘재난 연기 배우’라는 근거없는 주장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일부에선 이 학생들의 배후에 미 연방수사국(FBI)이 있다는 소문을 퍼트리기도 한다. 연방수사국이 범인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참사 예방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학생들을 이용해 총기규제론을 유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 학생들을 민주당, 총기규제 캠페인 활동가, 급진 반파시스트 단체인 ‘안티파’ , 좌파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등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조작된 ‘꼭두각시’로 묘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보수 세력의 근거없는 주장은 온라인에서 광범위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플로리다 고교 생존자인 17살 학생 데이비드 호그를 비난하는 트윗들에 잇따라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데이비드 호그는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의 뉴스 디렉터로,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력한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감동적인 발언으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호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미 연방수사국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느라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당신이 대통령이면서 어떻게 당신 책임 하에 있는 관료들을 비난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호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친트럼프 성향 극우 웹사이트인 <더 게이트웨이 펀딧>은 호그가 인터뷰를 하기 전에 ‘코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게시글과 유튜브 동영상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어떤 게시물은 20일 밤 10만번 이상의 조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엔엔>(CNN) 같은 주류 매체에 자주 등장해 발언하는 보수 인사들도 이런 음모론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시엔엔> 생방송에도 출연하는 잭 킹스턴은 “정말 17살짜리들이 자기들 스스로 전국적인 행진을 계획했다고 생각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 학생들이 오는 3월24일 워싱턴에서 실질적인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을 벌이기로 한 계획과 관련해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성폭력으로 <폭스뉴스>에서 쫓겨난 전직 스타 앵커 빌 오라일리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전국적인 언론들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트럼프 행정부를 파괴하는 것을 자신들의 임무로 여긴다. 아이들을 이용해야만 한다면 언론들은 아이들을 이용한다”며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런 음모론을 퍼트리는 데는 대가가 따르기도 한다. 플로리다의 주하원의원 션 해리슨의 보좌관인 벤자민 켈리는 <탐파 베이 타임스> 기자한테 “호그와 반친구 엠마 곤잘레스는 사건 현장을 돌아다니는 배우들”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가 바로 해고됐다. 상사인 해리슨은 자신의 트위터에 캘리의 발언이 “소름끼친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