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값을 깎지 않으면 안 산다고 공언한 전용기 에어포스원 계약이 성사됐다.
백악관은 에어포스원 두 대를 39억달러(약 4조2260억원)에 사기로 보잉과 합의했다고 27일 밝혔다. 몇 개월에 걸친 협상 결과다.
새 에어포스원 구매 계획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트위터로 “주문을 취소하라”며 보잉과 신경전을 벌였다. 상대에 대한 압박으로 목적을 이루기로 유명한 사업가 출신답게 얼마나 값을 후려칠 수 있느냐가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에는 정상외교 기회 등을 이용해 보잉의 여객기나 무기 판매에 도움을 줘왔다.
그러나 백악관이 발표한 가격을 보면 세금을 많이 아꼈는지 말았는지가 아리송하다. 백악관은 원래 추정 가격은 50억달러 이상이었는데 협상을 잘해 14억달러(약 1조5159억원)를 절약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끝 협상 전술이 효과를 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전용기를 애초 일정보다 3년 빠른 2021년 전에 인수 받아 타보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 쪽도 “상당히 디스카운트를 해줬다”며 백악관의 설명을 받쳐줬다. 보잉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을 위해 좋은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으로 보면 돈을 아꼈다고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취임 전 기자들에게 “(구매 협상이) 통제 불능이다. 40억달러가 될 것이라는데,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40억달러가 실제로 협상에서 거론된 가격이라면 계약 금액과 1억달러(1083억원)만 차이가 난다.
보잉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에 바짝 엎드리는 태도를 보여 왔다.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는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불만을 터뜨리자 전화를 했다. 대통령 전용기를 제작하는 것은 회사의 영광이며, 큰 이익을 보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에어포스원 제작비는 국방부가 요구한 제원을 맞추려다 보니 많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작비를 아끼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뮬렌은 이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에어포스원의 제작을 단순화하는 데 큰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항공산업 컨설턴트인 리처드 아불라피아는 보잉이 가격을 깎아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타박을 접하고서) 방위산업체로서 보잉은 트럼프에게 아첨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비록 그것이 거짓말이어도, 어떤 숫자를 제시하든 트럼프의 말이 맞다고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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