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샌드백’인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이 마침내 반격에 나섰다. 잇단 압박에 고개를 숙이고만 있던 세션스 장관의 반발이 러시아 게이트 수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 장악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세션스 장관은 28일 성명을 내어 “법무장관으로 있는 한 진실함과 명예를 가지고 내 의무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법무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고 불편부당하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무부는 우리 부처에 대해 제기된 이의에 대해 필요하다면 완전하고 공정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적절한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션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자신을 비난한 직후에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엄청난 해외정보감시법 남용”을 조사하는 데 감찰관을 투입했다며 법무부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감찰관의 조사는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검찰권도 지니지 못했으며, 코미(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장) 등에 관한 보도와 관련해서도 이미 늦은 것이다. 왜 법무부의 법률가들(검사들)을 쓰지 않나? 수치스럽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는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둘러싸고 반격에 나선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푸념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일각에서는 러시아 게이트에 대한 물타기 수단으로, 코미 전 국장이 이끌던 연방수사국(FBI)이 권한을 남용해 트럼프 선거캠프 인사에 대한 감시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돈을 댄 영국 정보기관원 출신 인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성접대 의혹 등에 대한 첩보를 수집했는데, 이 첩보를 영장을 발부 받는 데 활용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법무부가 직무 감찰 차원이 아니라 기소 가능성을 전제로 수사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는 러시아 쪽의 소셜미디어 여론 조작을 통한 미국 대선 개입 사실이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그런 개입이 이뤄지는데도 방관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를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게이트에 대한 수사 지휘를 포기해 상황이 악화됐다는 등의 이유로 수차례 세션스 장관을 공박해 왔다. 세션스 장관은 지난해 5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지명 과정에서 자신도 러시아 쪽과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라며 스스로 회피를 선택해 특검 지명이나 특검 수사 지휘권을 로드 로젠스타인 부장관에게 넘겼다.
세션스 장관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대응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반박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장관을 축출하려고 시도한 것이 사법방해 의도에 따른 것인지를 뮬러 특검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션스 장관을 내쫓고 특검 수사를 견제할 수 있는 인사를 법무장관에 앉히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사법방해 시도로 볼 수 있다는 뜻에서다. 이 신문은 특검이 지난해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장관 경질에 관해 내놓은 비공개 발언이나 그의 의도를 알아내려고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뮬러 특검을 해임하라고 지시했으나 도널드 매건 백악관 법률고문이 ‘재앙적 결과를 부를 수 있다’고 반발하며 법무부에 이 지시를 전달하기를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법방해 의혹이 두터워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길한 대목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트럼프 선거캠프가 러시아 쪽에 대선 개입을 직접 요청했다는 단서는 잡히지 않았지만, 수사를 피하려고 사법방해를 했다면 이 역시 처벌 또는 탄핵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연방수사국 국장을 해임한 것도 사법방해의 구성 요소로 평가될 수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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