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적절한 조건”을 요구하며 대화의 문턱을 높인 듯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번에는 북-미 대화 개시를 낙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중견 언론인 모임인 그리디언 클럽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해 “북한이 며칠 전 전화해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그는 “그래서 내가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들은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고 말했다. 또 “아마도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 수 있다. 그게 사실이길 바란다. 진심으로 바란다”며 “우리(미국과 북한)는 만날 것이고,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에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직접 대화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도 배제하지 않겠다. 미친 사람을 상대하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그의 문제이지 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정부가 대북 특사를 파견한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설명 요구에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북한이 전화했다는 게 미국과 직접 얘기한 것인지, 아니면 평창겨울올림픽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밝힌 북-미 대화 개시 의지를 뜻하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지난달 25일 “적절한 조건”에서만 대화할 수 있다던 것에 견주면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풀이된다. 이번에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북한에 말해줬다고 한 것은 당시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한 대목은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좀 더 띄우는 것으로 읽힌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는 것은 특사 파견 등 한국의 중재 역할이 성과를 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수 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대목은 다소 허세가 섞인 말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해온 그가 이번 행사에서 여러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잡으려고 시도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미친 사람”(트럼프 대통령 자신)을 상대해야 하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말한 것도 우스개 차원이다. 어쨌든 대선 후보 때인 2016년 6월 유세에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북한 지도자와 대화할 용의를 밝힌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초에는 김 위원장과 통화할 의향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틀림없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전혀 문제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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