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산 철강 등에 대한 관세부과 조처에 반대해 사임을 밝힌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취임 이후 최악의 갈등과 분열에 휩싸였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관세에 반대해 사임한다고 백악관이 6일 밝혔다.
백악관 내 최고위 경제보좌관인 콘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집하는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보복관세가 현실화되면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고, 백악관이 이날 그의 사임을 확인했다. 전세계를 무역전쟁 위험 앞으로 끌고 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관세를 놓고 백악관 내부와 공화당에서 대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콘은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나의 조국에 봉사하고, 특히 미국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친성장 정책들을 입법, 특히 역사적인 세제개혁을 통과시킨 것은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그와 행정부의 미래에 더 큰 성공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게리는 역사적인 감세와 개혁을 하고 미국 경제를 다시 부흥하는데 도움을 주면서 우리 의제를 추진하는 엄청난 일을 했다”며 “그는 드문 재능을 가진 사람이고 미국 국민에 대한 그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콘의 정확한 사임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수주 내로 백악관을 떠날 것으로 전해졌다.
콘의 사임에서 앞서 백악관에서는 보좌진들의 잇단 사임과 내분이 이어졌다. 지난주 트럼프의 측근인 호프 힉스 공보국장이 사임했고, 앞서 롭 포터 선임보좌관도 가정폭력 문제로 사퇴했다.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은 최고기밀접근권이 박탈당했다. 힉스 등의 사임과 쿠슈너 고문의 기밀접근권 박탈은 트럼프의 친인척 그룹을 견제하려는 존 켈리 비서실장과의 권력투쟁으로 해석됐다.
이에 비해, 콘의 사임은 트럼프의 고립주의적 정책을 반대하는 기성 주류들과 트럼프와의 정면 대결을 드러내고 있다. 월가의 골드만삭스 출신인 콘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트럼프의 경제적 국수주의를 반대하고, 자유무역 등을 옹호하는 대표적인 글로벌리스트였다. 켈리 비서실장은 “백악관 내의 동반자로서 콘을 그리워 할 것이나, 그의 사임은 미국민들의 생활에 실질적 영향을 줄 것이다”고 콘의 사임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각종 갈등으로 사임한 인사들. 왼쪽부터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고문, 레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오마로자 매니골트 전 공보실 소통국장, 호프 힉스 전 공보국장, 숀 스파이서 전 대변인, 케이티 월시 전 부비서실장, 롭 포터 전 선임비서관, 마이클 플린 전 안보보좌관. 사진 출처: 뉴욕 타임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트위터에 “백악관 내에 혼란이 있다는 새로운 가짜뉴스가 있다. 잘못됐다! 사람들은 언제나 오고가는 것이다”며 “혼란은 없다. 오직 위대한 에너지만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복관세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 내의 대립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보복관세에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5일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무역전쟁의 결과들에 대해 극히 우려하고 백악관이 이 계획을 진전시키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그 관세조처들은 최근 공화당의 감세에 의한 경제적 성과를 “위기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이를 막는 의회 차원의 행동을 할 것이라고 시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위원장은 이날 트럼프의 관세조처에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회람시켰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며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가 가장 중시하는 경제지표인 주가가 5일 다시 회복되자, 트럼프는 자신의 조처가 옳다고 확신한다고 백악관 소식통이 전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이 개정되면 캐나다와 멕시코에게는 이번 관세 조처에서 면제될 수 있다는 말하는 등 타협책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의 이런 대립으로 보복관세 조처 확정은 다음 주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몇몇 관리들은 전하고 있다.
트럼프의 보복관세 조처가 어떻게 결론나냐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노선과 입지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복관세가 별 수정없이 관철되면, 트럼프 행정부 내의 갈등과 내분은 격화되고, 트럼프는 고립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