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이 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시엔엔> 방송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안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가 새롭고도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한 뒤,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했다”고 발표했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개최 의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답변을 내놨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지도자인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언급하였다고 하였다”며 “김 위원장은 북한이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한-미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5~6일 특사 방북 때 김 위원장한테 받은 이런 메시지를 구두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정 실장은 “대한민국, 미국, 그리고 우방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북한이 그들의 언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하는 데 있어 단합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남북은 4월 말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남북 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구체적 날짜에 대해서는 앞으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 실장의 발표 직후 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초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단의 훌륭한 언급에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모든 제재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운동 과정에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할 수 있다”고 했고, 그 뒤로도 직접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3일에는 워싱턴 중견 언론인 모임에서 “아마도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 수 있다”,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미친 사람(트럼프 자신)을 상대하는 것은 김정은의 문제이지 내 문제는 아니다”라며 농담을 섞어서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남북 간 대화 진척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정 실장의 발표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임박한 발표는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대화를 거의 뛰어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다면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된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2000년에는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추진된 바 있다. 사전 준비 작업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조명록 국방위 부위원장이 각각 평양과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고 미국 대선 결과를 둘러싼 법적 시비가 이는 와중에 결국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무산됐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정의용 실장 발표 전문>
오늘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근 저의 북한 평양 방문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는 영예를 가졌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님과 부통령, 그리고 저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맥매스터 장군을 포함한 그의 훌륭한 국가안보팀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최대 압박 정책이 국제사회의 연대와 함께 우리로 하여금 현 시점에 이를 수 있도록 하였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리더십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님의 개인적인 감사의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언급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하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미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브리핑에 감사를 표시하고,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금년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 그리고 전세계 많은 우방국들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완전하고 단호한 의지를 견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우리는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한 외교적 과정을 지속하는 데 대해 낙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미국, 그리고 우방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북한이 그들의 언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하는 데 있어 단합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