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60년 만에 ‘비 카스트로’ 국가 수반이 탄생한다.
<에이피>(AP) 통신은 11일 605명 규모의 쿠바 의회 비준 투표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의원들은 30명의 국가평의회 구성원을 선출하게 되며, 미겔 디아스카넬(58)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이 차기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내정돼 있다. 앞서 라울 카스트로(87) 의장은 다음달 19일에 퇴임한다고 발표했다.
국가 수반 교체는 1959년 쿠바혁명 이래 이어진 피델-라울 카스트로 형제의 집권이 끝난다는 것을 뜻한다. 라울 카스트로는 함께 혁명을 일으킨 형 피델(1926~2016)에 이어 2008년부터 국가평의회를 이끌어 왔다. 쿠바 외무부는 트위터로 “차기 국가평의회 의장은 ‘카스트로’라는 성을 지니지 않을 것이지만, 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혁명의 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디아스카넬의 집권은 혁명 후 세대가 쿠바를 이끌게 됐다는 뜻도 갖는다. 디아스카넬은 쿠바혁명 이듬해인 1960년에 태어났으며,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잠깐 교직에 있다가 공산당 활동에 참여했다. 지역 공산당 서기와 교육장관 등을 거치며 혁명 후 세대의 선두 주자로 커 왔다. 그는 최근 “쿠바인들은 정부의 결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민의 수렴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진행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차질을 빚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 탓이라고 밝혔다.
쿠바 안팎의 전문가들은 디아스카넬 정부가 기존 노선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라울 카스트로는 공산당 총서기 자리를 지키면서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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