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원더 우먼’ 린다 카터(67)가 자신도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카터는 12일 <데일리 비스트> 인터뷰에서 과거 두 차례의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텔레비전 시리즈 <원더 우먼>으로 유명한 카터는 가해자 신원은 공개하지 않은 채 지금 ‘미투 운동’으로 표면화된 할리우드 성폭력과 비슷한 차원의 폭력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가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 일로 이미 책임 추궁을 당하는 인물이라며, 굳이 피해자 명단에 자기 이름을 올릴 필요가 없어 그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때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그 또한 별 의미가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토해 봤는데 내가 법적으로 (더 이상) 할 일은 없더라. 난 그저 피해자 무리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카터가 가해자 신원에 대해 단서조차 제시하지 않아 그가 누구인지 궁금증이 생겨나고 있다. 다만 연예계 성폭력 문제를 얘기하면서 “빌 코스비 사건의 여성들 말을 믿는다”고 했는데, 이에 따라 수십명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코미디언 빌 코스비가 가해자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데일리 비스트>는 인터뷰 이후 가해자가 코스비가 아니냐고 대변인을 통해 물었지만 “카터는 어떤 이름도 공개할 생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카터는 1975~79년에 <원더 우먼>을 촬영할 때 한 카메라맨이 의상실에 구멍을 뚫고 자신을 엿보다 발각돼 해고당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카터는 이런 일을 고발하거나 공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친구들한테 말하는 것 외에 누구한테 말할 수 있었겠냐”고 했다.
카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폭력을 고발한 여성들의 말도 믿는다고 했다. “그들이 왜 거짓말을 하겠나”라고 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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