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매케이브 미국 연방수사국 부국장이 지난해 6월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해외정보 감시법 관련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앞서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수사에서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방수사국(FBI)의 알력이 앤드루 매케이브(49) 연방수사국 부국장 해고로 다시 표출됐다. 매케이브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기록한 메모로 반박에 나서면서, ‘러시아 스캔들’을 파헤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라고 <시엔엔>(CNN)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전날 법무부는 “승인받지 않은 정보를 언론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매케이브를 해고했으나,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뒤끝’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케이브는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를 맡은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힐러리를 봐줬다며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다. 특히 매케이브의 부인이 2015년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힐러리의 후원자였던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 쪽에서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민주당과의 유착설을 빼들고 사퇴를 압박해왔다. 매케이브는 결국 지난 1월29일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하고 휴가 소진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식 은퇴를 26시간 앞둔 16일, 불명예와 연금 혜택 박탈이라는 ‘퇴직 선물’을 받고 쫓겨났다. 지난 13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트위터로 경질한 것에 이어, 사흘 만에 다시 무자비한 ‘해고 카드’를 꺼낸 것이다.
매케이브는 해고 뒤에는 뮬러 특검의 수사를 훼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또 자신이 국장대행 역할을 맡은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한테 대면 3회, 전화통화 1회 등 4차례의 지시를 받을 때 나눈 대화 내용을 기록한 메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매케이브 메모’에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지시를 받고 매케이브에게 전달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가 특검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수사에 뇌관이 될 가능성도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해고 소식을 전하며 “연방수사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좋은 날-민주주의의 좋은 날”이라며 매케이브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또 “그는 연방수사국의 거짓말과 최고 수준까지 올라간 부패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인 존 다우드는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차관이 부정직하고 부패한 문서에 바탕을 둔 매케이브의 러시아 공모 수사를 끝내주기를 기도한다”고 밝혀 논란을 더 키웠다.
정계와 전직 정보당국 출신 인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은 “맹목적인 충성파 ‘예스맨’이 아니면 정부 고위직 누구라도 축출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 간사는 “21년간 일해온 전문가에게 가혹한 대우를 했다”고 꼬집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무절제와 부도덕, 정치 부패의 끝을 보여주면서 당신의 지위는 역사의 쓰레기통 속 불명예스러운 선동 정치가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코미 전 국장도 트위터에 “미국인들은 조만간 내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고, 누가 명예롭고 명예롭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응을 예고했다. 코미 전 국장은 지난해 5월 러시아 스캔들 수사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려 해임됐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압력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긴 자서전 <더 높은 충성>을 다음달 발간할 계획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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