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수화물 폭발 사건이 발생한 오스틴 인근 페덱스 물류창고 주변에 접근 차단선이 설치돼 있다. AFP 연합뉴스
누가? 왜?
연쇄 폭발 사건으로 미국 텍사스주 주도 오스틴이 공포에 사로잡힌 가운데 6번째 폭발물이 터졌다. 집중적이고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서도 계속 폭발물을 설치하는 범인의 신원은 물론 그 동기에 대한 단서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20일 저녁(현지시각) 오스틴 남부의 중고 상점인 굿윌 스토어에서 폭탄이 터져 30대 남성이 크게 다쳤다고 보도했다. 기부 물품을 파는 이 상점 직원은 상자에서 물건들을 꺼내다가 폭발로 상처를 입었다.
이날 새벽 1시께에는 오스틴과 가까운 샌안토니오 외곽의 페덱스 물류센터에서 컨베이어벨트에 있던 소포가 폭발해 직원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또 이날 아침에는 오스틴공항의 페덱스 물류센터에서 폭발물이 든 상자가 발견됐다.
하루에만 폭발물 3건이 터지거나 발견되면서 가뜩이나 연쇄 폭발로 긴장하고 있는 오스틴 시민이나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수사당국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이후로 오스틴을 중심으로 주로 소포로 위장된 폭발물 6건이 터졌다. 터지지 않고 발견된 폭발물까지 포함하면 7건이다.
연쇄 폭발은 지난 2일 오스틴 북서부에서 집 앞에 놓인 소포를 열어보려던 30대 남성이 숨진 게 시초다. 20일까지 6건의 폭발로 모두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폭발물은 모두 사제 폭탄으로, 4번째 사건까지는 모두 주택가에서 폭발했다. 연방수사국은 페덱스 물류센터들에서 폭발하거나 발견된 폭탄은 앞서 발생한 4건과 연계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현지 경찰은 같은 날 발생한 굿윌 스토어 사건은 “인화성 물질”에 의한 것으로 앞서 발생한 폭발들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모방 범죄일 수 있다.
수사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미 여러 건의 폭발로 경계심이 극에 달하고 집중적인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서도 사건이 꼬리를 문다는 점이다. 현장 하나에 매달리고 있으면 다른 곳에서 폭탄이 터지고, 며칠 뒤에는 또다른 폭탄이 터지거나 발견되는 식이다. 현지 경찰은 최초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단발성 범죄일 것이라고 했지만 이제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됐다. 범인 검거가 늦어질수록 또다른 범행과 피해자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었으며, 페덱스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현장 주변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범행을 저지른 쪽은 매우 대담하고 집요하다는 점뿐이다. 최초의 3건은 피해자들이 흑인 또는 히스패닉계라서 인종주의가 범행 동기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또 사망자 2명의 가족이 친분이 있는 관계라서 원한에 의한 공격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공격의 횟수와 범위가 확대되면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공격일 개연성이 커졌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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