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르노 배우 스테퍼니 클리퍼드(39·예명 스토미 대니얼스)가 25일 <시비에스>(CBS)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 스캔들 전말을 털어놨다.클리퍼드는 2006년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하고 성관계를 맺었으며, 2011년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남성한테 “트럼프를 내버려두라”는 협박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2016년 대선 전 13만달러(약 1억4050만원)라는 ‘극도로 적은 액수’를 받은 것은 안전을 위협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밀 유지 계약은 무효라며 지난 6일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소송을 냈다.
클리퍼드는 이날 앵커 앤더슨 쿠퍼와 27분간 대화하는 형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을 풀어놨다. 2006년 7월 네바다주 타호호수 골프클럽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클리퍼드는 포르노 영화계를 주름잡는 유명 배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리퍼드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고, 트럼프 호텔 스위트룸에서 단둘이 마주앉았다. 클리퍼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넌 특별하다”, “내 딸을 떠올리게 한다”, “똑똑하고 아름답다”,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클리퍼드는 27살, 트럼프 대통령은 60살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시>(NBC)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견습생)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클리퍼드에게도 그 프로그램에 출연해달라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클리퍼드는 그날 합의를 하고 성관계를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고 했다. 멜라니아 트럼프가 몇 달 전 출산했던 일을 묻기도 했는데 “걱정하지 말라. 우린 각 방을 쓰고 있다”고 안심시켰다고 표현했다. 클리퍼드는 이후 뉴욕 트럼프타워 사무실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트럼프 보드카’ 출시 파티에도 초대받았다. 계속해서 만남을 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성관계를 맺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클리퍼드는 성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비디오나 사진,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가지고 있냐는 질문에는 “당장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테퍼니 클리퍼드가 앤더슨 쿠퍼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비에스 누리집 갈무리
사건은 2011년 5월로 이어진다. 당시 클리퍼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있었던 일들을 1만5천달러를 받고 잡지 <인 터치>에 폭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쪽 변호인의 고소 협박으로 내용 공개가 지연됐다. 이때쯤 라스베이거스에서 갓난아기와 운동 수업에 가기 위해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 한 남자가 접근해 “트럼프를 그냥 둬라. 그 이야기는 잊으라”고 말을 걸었다. 이어 “이 아름답고 작은 아이의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어쩌나”라고 위협했다. 클리퍼드는 이 남자의 말을 직접적 위협으로 여겼으며 “손이 너무 떨려 아기를 떨어뜨릴 뻔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조차 두려웠다고 한다. 그 남자를 다시 만난 일은 없었다.
클리퍼드가 2016년 대선을 열하루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쪽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에게 ‘입막음용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협상도 없었고, 나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며 “(그 제안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들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합의서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쪽 변호인은 클리퍼드가 합의금을 받고도 비밀 유지 조항을 어겼다면서 200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클리퍼드는 자신이 거짓말쟁이로 묘사되고, 돈을 노리는 기회주의자로 치부되는 것을 보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침묵을 깼다고 했다. 또 “나는 미투 피해자가 아니다. 그렇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방송 직후 코언 쪽 로펌 ‘브레이클리’는 “코언은 그런 사람(2011년 협박했다는 남성)이나 그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런 사람이 존재했거나 사건이 벌어졌다고 믿지도 않는다”며 클리퍼드가 ‘60분’에서 했던 발언을 사과하고 철회하지 않으면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주말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리조트에서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클리퍼드의 폭로 방송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시엔엔>(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밤 백악관으로 돌아왔지만 멜라니아는 계속해서 리조트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플레이 보이> 모델 출신인 캐런 맥두걸(47)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 비밀 유지 합의는 무효”라며 지난 20일 아메리칸 미디어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어프렌티스’에 출연했던 서머 저버스(42)는 2007년 트럼프타워와 비벌리힐스 호텔에서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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