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올랜드 총격 테러범인 오마르 마틴의 부인인 누르 자히 살만이 남편의 테러 계획을 사전에 인지했으나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NBC방송이 2016년 6월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6년 6월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펄스 나이트클럽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49명을 숨지게 한 오마르 마틴의 부친 세디크 마틴이 사건 당시까지 미연방수사국(FBI)의 정보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을 대중에게 밝힌 쪽은 해당 사건으로 유일하게 기소된 오마르 마틴의 아내 누르 살만(32)의 변호인이다.
FBI는 애초 올랜도 펄스 나이트클럽 무차별 총격 사건을 ‘이슬람 국가’의 이름 아래 자행된 국외 조직이 가담한 테러로 파악했다. 그런데 정작 눈길을 끄는 건, 마틴의 아내 누르 살만이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국외 테러 조직에 대한 물적 공여와 사법기관의 수사 방해 혐의로 살만을 기소했다. <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CNN)의 설명을 보면, 검찰은 살만을 마틴과 함께 “범행을 사전에 알았던 단 두 사람 중 한 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살만 쪽 변호인은 유죄를 인정하지 않고 살만이 공범이 아니라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
워싱턴 포스트> 보도를 보면, 살만의 변호인은 최근 진행 중인 재판에서 ‘오마르 마틴의 아버지인 세디크 마틴이 FBI의 오랜 정보원이고 최근까지 터키와 아프가니스탄에 송금한 기록이 있다’며 기소 취하를 주장하는 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 드러난 정보를 보면, 세디크 마틴은 2005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FBI의 정보원으로 활동했으며 오마르 마틴의 사건이 있기 불과 한 주 전에는 상당한 금액을 터키에 송금하기도 했다.
살만의 변호인은 아버지 세디크의 정체가 재판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성명에
세디크 마틴이 FBI와 함께 일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래와 같은 변론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썼다.
1) 오마르 마틴은 이슬람 국가를 돕기 위해 아내 살만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와 공모했다 .
2) FBI가 살만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자신의 정보원이 세디크 마틴과 그의 아들 오마르 마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동기에서 연유한다 . - 살만 변호인
게다가 살만의 변호인은 지난 24일 검찰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고지받았다고 전했다. 살만을 기소한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먼저 세디크 마틴과 FBI의 관계를 알았으면서도 살만 쪽에 이를 늦게 전한 것이다. 살만 쪽은 이로 인해 기소를 취하하거나 최소한 무효심리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마르 마틴의 아버지 세디크 마틴. 사진 CNN 영상 갈무리.
살만의 변호인은 ‘검찰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반드시 변호인 쪽에 넘겨야 한다’고 판시한 1963년 ‘브레이디 대 메릴랜드’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살만이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응당 필요한 정보를 정부가 뒤늦게 공개한 것”이라며 기각이나 무효심리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살만 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살만은 사건 직후 남편의 범행 계획을 알고 있었고 테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자신이 설득을 시도했다고 FBI에 진술한 바 있다. 당시의 보도를 보면, 그녀는 “남편이 범행에 사용된 탄약과 권총집을 구매했을 당시 함께 있었다”, “남편이 (참사 현장인) 게이 나이트클럽 펄스를 사전 답사하기를 원해 차로 데려다준 적도 있었다” 등의 진술도 했다.
그러나 변호인 쪽은 FBI가 그녀를 11시간 동안 강압적으로 조사했으며 지능지수(IQ)가 84인 살만에게 이런 수사 전략이 먹혀 거짓 진술서에 서명했다는 입장이다. (
▶관련기사 : FBI, 올랜도 테러범 아내 조사…“범행 인지, 클럽 답사 동행”) FBI와 세디크 마틴 쪽은 이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세디크 마틴은 범행 직후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이 범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오마르 마틴이 게이 클럽으로 유명한 펄스 나이트클럽에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가한 해당 사건은 국내에 알려진 것보다 갈등의 양상이 복잡한 테러 범죄다. 이 사건은 LGBT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들이 ‘라틴의 날’을 기념하며 파티를 벌이던 순간에 벌어진 참사다. 49명의 사망자와 68명의 부상자 중에는 게이와 트랜스젠더들이 다수를 이뤘으며, 인종적 구분으로는 라틴계, 특히 푸에르토리카 출신이 많았다. 사건 직후 혐오범죄인지 테러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으나, 다수의 증인이 오마르 마틴이 범행 직후 사망하기 전 “IS의 이름으로 저질렀다”는 말을 남겼다고 증언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