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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98살 전직 대법관 호소 “총기소유 수정헌법 2조 폐지하자”

등록 2018-03-28 14:52수정 2018-03-28 21:13

존 폴 스티븐스 전 연방대법관 NYT에 기고
“대규모 시위, 총기 규제 여론 지지 보여줘”
“규제 강화 넘어 수정헌법 2조 폐지 요구해야”
존 폴 스티븐스 전 연방대법관.
존 폴 스티븐스 전 연방대법관.
100살을 바라보는 전직 미국 연방대법관이 민간 총기 소유의 강력한 근거인 수정헌법 제2조를 폐지하자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존 폴 스티븐스(98) 전 연방대법관은 27일 <뉴욕 타임스>에 ‘수정헌법 제2조를 폐지하자’라는 제목의 기고를 실었다. “일생 동안 어린 학생들과 그 지지자들이 워싱턴과 전국의 다른 도시들에서 시위하면서 이 정도로 시민적 참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드물다”며, 24일 워싱턴에서만 80만명이 몰린 총기 규제 촉구 시위를 글을 쓴 이유로 들었다. 이번 시위는 “대량 살해 위험의 최소화를 위한 입법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 글이 주목을 끄는 것은 총기 보유 연령 제한이나 신원 조사 강화를 뛰어넘어, 개인의 총기 소유를 가능하게 만드는 수정헌법 제2조를 아예 폐지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미국 독립 초기인 1791년 제정된 수정헌법 제2조는 “잘 규율되는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들의 안보에 필수적이며, 시민들이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티븐스 전 대법관은 이를 “18세기의 유물”로 규정하며 “시위자들은 보다 효과적이고 항구적인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수정헌법 제2조 폐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조항은 “국가 상비군이 개별 주들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무고한 인명의 대량 살상만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1969~86년에 연방대법원장을 지낸 워런 버거는 전미총기협회(NRA)가 “이익집단들이 대중을 속이는 가장 거대한 사기들 중 하나”를 저지른다며 비난한 바 있다고 했다.

그는 개인 총기 보유권 문제에 관해 80년 만에 나온 중요 판결로 전미총기협회에 “엄청난 선동의 무기”를 쥐여준 2008년 ‘워싱턴시 대 헬러’ 사건을 두고 연방대법원을 비판했다. 워싱턴시는 수정헌법 제2조가 민병대를 언급한 것은 개개인의 총기 소유 자유가 아니라 연방 권력에 대한 집단적 저항권을 뜻한다고 해석해왔다. 이에 따라 권총 소유를 규제하고, 허가를 받고 보관하는 총기는 분해하거나 잠금장치를 달도록 하며 엄격한 규제를 유지해왔다. 스티븐스는 당시 현직 연방대법관으로 워싱턴시 손을 들었지만 5 대 4 구도에서 소수의견 편에 서야 했다. 그는 이 판결로 어린 학생들이 더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민주당 의원들도 소총 규제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의회의 3분의 2 이상 찬성과 4분의 3을 넘는 주들의 동의가 필요한 헌법 조항 폐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스티븐스 전 대법관의 주장은 수정헌법 제2조 폐지를 공론화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티븐스는 1975~2010년에 연방대법관을 역임해 역대 세 번째로 긴 기간을 최고위 법관으로 재직했다. 공화당 소속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는 2000년에 조지 부시가 연방대법원의 플로리다주 재검표 중단 결정으로 앨 고어를 누르고 대선 승리를 확정한 사건에서 “확실한 승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패자는 확실한데, 불편부당한 법치의 수호자로서의 재판관들에 대한 신뢰가 그것”이라는 유명한 의견을 내놨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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