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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임무 완수’?…트럼프, 시리아 공격 이후는?

등록 2018-04-15 18:06수정 2018-04-15 21:20

트럼프, 공격해놓고는 ‘중동에서 평화와 안보 불가능’
시리아 전격 철군과 군사 개입 사이에서 오락가락
‘시리아 수렁’이냐 ‘나약한 미국’이냐 선택 자초
14일 새벽 미국 해군 순양함 몬터레이호에서 시리아의 표적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4일 새벽 미국 해군 순양함 몬터레이호에서 시리아의 표적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임무 완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 등 서방 연합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부의 관련 시설들을 공격한 다음날인 14일 아침(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린 구절이다. ‘임수 완수’라는 표현은 2003년 5월 미군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킨 뒤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에 전투기를 타고 착륙해 장병들을 상대로 주요 전투작전 완료를 선언하면서 ‘임무 완수’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라크전은 그때부터 시작이었고, 미국은 그 후 몇년간 이라크 수렁에서 허우적거렸다. 현재 시리아 내전도 이라크전이 낳은 산물이다. 그 후 ‘임무 완수’는 미국의 이라크전 실패를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표현을 다시 끄집어내자 <뉴욕 타임스>는 “그러나 시리아에서 임무가 뭐지?”라고 물었다. 공습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내전에 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전후해 시리아 내전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견해와 행보를 보여왔다.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혐의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시리아에서 곧 철군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해 미국 정부 안팎을 놀라게 했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그가 처음에는 48시간 내로 철군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려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혐의가 불거지자 러시아까지 겨냥해 군사적 응징 의지를 밝히는 극단적 선회를 했다.

14일 미군 등의 공격으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교외의 바르자 연구시설이 폐허로 변해 있다. AP 연합뉴스
14일 미군 등의 공격으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교외의 바르자 연구시설이 폐허로 변해 있다. AP 연합뉴스
이번 공격 뒤에는 다시 모호한 태도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사드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지속적인 군사작전을 약속하면서도, 내전 종식에 대해서는 미국의 능력과 의지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인의 피와 보물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중동에서 영속적 평화와 안보를 만들어낼 수 없다. 골치 아픈 곳”이라며 “미국은 동반자와 친구가 될 것이나, 그 지역의 운명은 그 주민들 손에 있다”고 말했다.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대책을 놓고, 미국 국방부의 자문 역할을 했던 스티븐 비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그건 시리아 전략이 아니다”라며 “사이코드라마다”라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미국의 정책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이슬람국가(IS)를 패퇴시키고 시리아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행동 기준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차별성이었다. 무엇이든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반대로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집중한 제네바에서의 종전 협상 등 외교적 노력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이 꺼린 군사적 개입은 충동적으로 진행해왔다. 미국의 힘과 결의를 보여줘야 아사드 등 교전 당사자들이 ‘레드라인’을 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 거주 시리아인들이 14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그의 얼굴을 새겨넣은 시리아 국기를 앞세우고 미국 등의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 거주 시리아인들이 14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그의 얼굴을 새겨넣은 시리아 국기를 앞세우고 미국 등의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오바마가 자신이 모래에 선포한 레드라인을 넘었다면 시리아의 재앙들은 오래전에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에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혐의가 처음으로 제기됐을 때 단호히 대응했다면 오늘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란 논리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경고가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4월에 아사드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한다며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시리아 군사시설에 쏟아부은 바 있다. 이런 ‘미국의 결의와 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다시 화학무기 사용 혐의가 제기됐다.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하고 있는 아사드 정권이 미국을 얼마나 두려워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콜린 칼은 이번 공격이 “러시아 병력들을 죽일 현저한 위험이 있는 목표물들을 타격하는 것을 피했다”며, 이 때문에 아사드에게는 거의 실질적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정권이 금지된 화학무기 사용을 중단할 때까지 이런 대응을 지속할 준비가 됐다”면서도,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로서는 아사드나 러시아의 대응에 따라 더욱 수렁에 빠지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나약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선택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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