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과 조야에서 자신의 대북 협상을 깎아내리는 비판을 하자 22일 트위터에서 “북한과의 타협에서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전문가라는 모든 이들이 이제 나에게 협상은 어떻게 하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라고 비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주도하는 대북 협상에 대한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과 주류 언론의 ‘흠집내기’에 작심하고 맞대응에 나섰다. 이를 방치하다간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성과도 희석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의 협상 타결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전문가라는 모든 이들이 이제 나에게 협상은 어떻게 하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엔비시>(NBC) 방송 진행자 척 토드의 방송 내용을 언급하며 “가짜뉴스 엔비시의 졸린 눈을 한 척 토드는 우리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고, 그들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와우, 우리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고, 그들은 비핵화(세계에는 엄청난 것), 핵실험장 폐기, 실험 중단에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 문제에서 결론에 도달하려면 아직 먼 길이 남았고, 아마 일이 잘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라면서도 “내가 지금 하는 일은 오래전에 끝났어야 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속적으로 올린 트위트 세 건에는 북한의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발표를 두고 ‘가식’, ‘기만’이라고 비판하는 전문가들과 언론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북한과 제대로 된 대화나 협상에 실패했던 전임 오바마 행정부나 미국 조야 인사들이 자신의 협상을 정치적으로 트집 잡고 있다는 취지의 반박인 셈이다.
트럼프 깎아내리기에 나선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주류 언론들도 전날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지 등의 조처에 대해 ‘핵 보유국 선언’, ‘백악관 관리들은 회의적’이라고 보도하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북한의 선언을 두고 북한이 핵보유국 행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조야의 이런 비판은 ‘북한은 못 믿을 상대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흥적이라 위험하다’라는 고장난 레코드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게 된 것은 한국 특사단의 방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극비 방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인데도 이런 맥락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많은 것(정상회담 개최)을 양보했지만, 북한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척 토드의 주장도 사실관계와 다르다. 정상회담 개최는 쌍방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 미국의 일방적인 양보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2012년 2·29합의 때 북한이 ‘핵시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일시 중지’하는 대가로 미국이 ‘24만t의 영양식품 제공과 추가적인 식량 지원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한 것과 견줘 보면, 이번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사실에 더 가깝다. 게다가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이 6차례 이뤄졌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이 결정의 실질적 의미가 얼마나 큰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
한편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빅뱅’ 접근법을 선호한다”며 “이는 조기에 양쪽이 큰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 관리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전까지는 제재 완화 같은 양보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신속하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보상에) 제한이 없다. 어떤 것이든 좋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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