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 가능성은 시인, 일정 공개는 거부
민주당, 연설 끝나기도 전 “지겨운 말” 비난
철군 일정 분명히 밝히라는 공세 더 거세져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11월30일 해군사관학교 연설과 전략보고서를 통해 이라크 정책 방향을 밝힌 이후, 철군 일정을 명확히 하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우리(미군)는 이라크 도시들에서 빠져나오고, 작전거점을 축소하며 순찰 숫자를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며 내년 중 이라크 주둔미군 감축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철군시한표를 설정하라는 사람들의 주장은 틀렸다”고 명확한 철군 일정 제시는 거부했다. 부시는 이라크의 새로운 상황전개를 설명하며 국민 지지를 회복하려 애썼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잡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부시의 연설은 ‘정책 변화’보다는 ‘정책 고수’라는 인식을 국민과 정치권에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정치분석지 ‘쿡 리포트’의 에이미 월터 수석편집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라크군 증강이나 이라크 총선 성공 등은 국민들에게 그다지 중요치 않다. 미국민들은 미군 감축 같은 걸 중요한 변화로 본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도 개인적으론 “국민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부시의 연설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정한 성공전략과 병사들을 안전하게 귀국시킬 수 있는 기회를 또다시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미군의 즉각 철수에 반대해왔던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태도를 바꿔 “(미군 철군 결의안을 제출했던) 존 머서 하원의원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부시가 철군일정을 밝히지 않은 데 내심 불만과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의) 패배 우려 때문에 마음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계산을 했다”며 “그러나 반전 기류는 공화당의 정치적 유리함을 압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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