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자신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중앙정보국장)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폼페이오는 김정은을 만날 계획이 없었지만 만나게 됐다. 북한은 폼페이오가 도착 인사를 하고 있을 때 (회동을) 주선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지명자는 김 위원장을 1시간 이상 면담했으며 “인사를 나누는 것 이상”의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잘 어울렸으며, 대화를 나눴다. 폼페이오는 북한의 카운터파트(김영철 통일전선부장으로 추정)와도 대화했다. 그들은 대단한 회동을 했다”고 자랑했다. 자신은 가능하다면 이 “굉장한” 회동 사진을 공개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보는 상태에서 북한 고위급을 접촉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예정에 없이 폼페이오 지명자를 만난 것은 아버지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외빈 접촉 방식을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전 위원장은 남쪽 고위급 인사가 방북했을 때 면담 약속을 잡지 않았다가, 갑자기 면담을 수락하는 방식을 써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사이의 적대 관계가 완화되고 있다거나, 북한이 북-미 회담을 앞두고 양보를 했다고도 말했다. 그에 반해 미국은 양보한 게 없다고 했다. 북-미 회담 성사 자체를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면서 그 결과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발언이다. 그는 “내가 취임했을 때 사람들은 우리가 핵전쟁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지금 그 사람들은 ‘와우, 문제가 처리될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말~6월 초’라고 밝힌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날짜 3~4개와 장소 5곳을 놓고 검토중이며, 앞으로 숫자가 좁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장소 5곳’은 언급한 바 있는데, 날짜까지 이번에 말한 것을 보면 북한과의 일정 조율에 진전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미안하지만, (회담장에서) 내가 곧 걸어나올 수도 있다. 회담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가 알겠나. 하지만 그들(북한)은 지금 만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최근 계속 하는 말인데, 북한의 양보를 더 얻어내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자신을 비난하는 미국 일부의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도 들린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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