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소환장 발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대면조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뮬러 특검은 지난 3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대배심에 출석하도록 소환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대통령이 특검 조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버티자, 뮬러 특검이 이렇게 말하며 조사 수용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이끌다 최근 사임한 존 다우드는 당시 “이건 게임 같은 게 아니다. 당신은 미국 대통령이 하는 일을 망치고 있다”며 발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그로부터 며칠 뒤 다우드를 다시 만나, 거듭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어볼 질문 목록을 제시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이 질문 목록을 보도했다. 대선 캠페인 때, 인수위 시절, 취임 뒤에 계속 불거진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내통 의혹,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이유,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사임 압박 등에 대한 질문들이 포함돼 있다. 특검팀은 애초 16개 주제로 질문을 만들었고, 트럼프 대통령 쪽의 제이 세큘로 변호사는 이를 49개 질문으로 다시 쪼갰다.
트럼프 대통령 쪽은 질문지를 받아 들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화이트워터 게이트’의 특검보였던 솔 와이젠버그는 <뉴욕 타임스>에 “뮬러 특검은 모든 사항을 알고 있다. 지뢰밭을 만들어놓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를 빨리 끝내려고 대면조사에 응할 생각이었지만 지난달 9일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에 대한 연방수사국의 압수수색 뒤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위터에 “러시아 마녀사냥과 관련된 질문들이 언론에 유출된 것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일어나지 않은 범죄에 대해 어떻게 사법방해를 할 수 있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거부할 경우 뮬러 특검은 끝내 소환장 발부를 결단할 수 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소환에 응하는 문제를 놓고 연방대법원까지 가는 법적 다툼을 벌일 수 있다.
앞서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르윈스키 스캔들 때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받았다. 클린턴은 특검과 타협해 법정에 출석하는 대신 영상 연결을 통해 신문을 받았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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