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재편성하는 제2함대의 사령부가 복귀할 버지니아 노포크의 미 해군 군항.
북대서양을 관할하던 미국 해군 제2함대가 7년 만에 재편성된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추진됐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일부 수정해 러시아의 위협 등 전통적인 강대국 경쟁 정책으로 회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니 마이클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각) “재부상하는 러시아로 인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대서양에 다시 집중해 북미 대륙의 안전을 보장하고,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억지효과를 보여야 한다”며 새로운 나토 사령부 설치 계획과 제2함대 재편성을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북대서양 지역을 활동 무대로 삼던 미 해군 제2함대는 2011년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던 국방비 삭감 정책과 ‘러시아 위협의 감소’라는 전략적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체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 대신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전체 미 해군 전력의 60%를 태평양에 집중하는 이른바 ‘재균형’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에 따라 일본 요코하마에 모항을 둔 제7함대에 대한 전력 보강을 착실히 진행해왔다.
이번에 부활이 결정된 제2함대는 나토 지원을 위해 2차대전 직후 편성된 제2기동함대를 1950년 확대 개편한 것이다. 제2함대는 전성기 때 전함 126척, 항공기 4500대, 병력 9만명으로 북대서양을 관할했다. 미 해군은 부활하는 2함대의 구체적인 전력 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존 리처드슨 해군 작전사령관도 “미국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더 도전적이고 복잡해졌다. 우리 ‘국방전략’은 강대국 경쟁 시대로 회귀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특히 북대서양에서 이뤄지는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제2함대를 재건한다. 재편성되는 제2함대가 미 동부 연안과 북대서양을 관할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슨 사령관이 언급한 ‘북대서양에서 이뤄지는 변화’는 러시아 잠수함의 전력 강화로 해석된다. <시엔엔>(CNN) 방송은 “그동안 미 정부와 나토 당국자들이 러시아 해군 전력 강화에 우려를 밝혀왔다. 특히 대서양에서 이뤄지는 러시아 잠수함 활동이 냉전 해체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우려해왔다. 그동안 유럽의 미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강화되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의 역할을 폄하하는 데 큰 우려를 밝혀왔다. 나토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발틱해, 북대서양, 북극해에서 해군 순찰을 강화했고, 러시아와 나토 간의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러시아 잠수함 전력이 미 해군의 접근을 상당 부분 제약할 것이라 보고 있다.
제2함대 사령부는 예전처럼 버지니아주 노포크가 될 예정이다. 제2함대 사령부가 북대서양 해군 전력뿐만 아니라 북대서양 연안의 북미와 유럽 연안의 미 지상군 전력도 관할하게 된다. 미국은 또 노포크에 나토의 새로운 대서양 사령부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런 조처들은 지난 2월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승인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당시 회의에서 “우리는 더 공격적인 러시아, 수년 동안 재래식 전력뿐 아니라 핵전력 등 군비 능력에 많은 투자를 해 현대화한 러시아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당시 회의에서 독일에 새로운 병참 사령부 신설도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미 해군력의 배치와 순환에도 큰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제2함대 재편성으로 태평양으로 옮겨졌던 해군 전력 일부가 대서양으로 옮겨가고 항모전단도 유럽 지역 해역에 더 자주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