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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침묵의 반란’ 깬 멜라니아의 독자 행보, 그 의미는?

등록 2018-05-11 15:43

지난 7일부터 ‘최고가 돼라’(Be Best) 캠페인 개시
트럼프 스캔들에 침묵하던 멜라니아, 자기 정치 신호탄?
’비 베스트’ 캠페인을 발표하는 미국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이후 멜라니아는 연단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 사진 백악관 영상 갈무리.
’비 베스트’ 캠페인을 발표하는 미국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이후 멜라니아는 연단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 사진 백악관 영상 갈무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지난 7일(현지시간) “최고가 돼라”(Be Best)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영부인이 된 지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 공식 캠페인으로, 마약성 진통제의 남용,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올바른 사용, 정신건강이라는 3대 의제를 목표로 미국의 아동 복지 전반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하지만 영미권의 언론들은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포드)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이 폭로한 트럼프와의 혼외 성관계에 대해 침묵을 지켜오던 멜라니아의 태도 변화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침묵의 멜라니아

지난 1월 스토미 대니얼스가 2006년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고, 이에 대한 입막음의 대가로 13만 달러(약 1억3900만 원)를 받았다고 폭로했을 때 멜라니아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후 더 큰 분노를 자극하는 내용이 연달아 터졌다. <콜롬비아 브로드캐스팅 시스템>(CBS) 뉴스의 앵커 앤더슨 쿠퍼는 지난 3월, 트럼프와의 성관계를 폭로한 미국의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성관계를 가진 시점은) 멜라니아가 바론을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사진의 아내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던가요?”라고 물었다. 당시 스토미 대니얼스는 “물어봤는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얘기했어요”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는 심지어 방도 따로 쓰고 있거든’이라고 말했죠”라고 대답했다. 트럼프의 여러 스캔들 중 미국인들을 가장 분노하게 한 대목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크게 화를 내야 할 멜라니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이 같은 해인 2006년 6월부터 10월까지 트럼프와 연인 관계를 맺었고 이를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15만 달러(약 1억6100만원)를 받았다고 폭로했을 때도 멜라니아는 입을 열지 않았다.

2017년 5월 22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멜라니아가 레드 카펫 위에서 자신의 손을 잡으려는 도널드 트럼프를 쳐내는 장면. 사진 인사이드 에디션 영상 갈무리.
2017년 5월 22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멜라니아가 레드 카펫 위에서 자신의 손을 잡으려는 도널드 트럼프를 쳐내는 장면. 사진 인사이드 에디션 영상 갈무리.
■침묵은 반란?

미국 언론은 이에 대해 ‘침묵의 반란’이란 이름을 붙였다. 대통령 당선 이후 멜라니아가 공식 석상에서 보여줬던 그간의 제스처들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멜리니아의 태도에서 오바마 부부처럼 애정어린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손을 잡으려는 트럼프의 손을 뿌리치거나 신체 접촉에 불쾌해하는 반응이 여러 번 미디어를 탔다.

또한 멜라니아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막내 아들 바론이 다니던 학년을 마칠 때까지 근 반년 동안 뉴욕의 아파트에 거주하며 백악관에 입성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케이트 앤더슨 브라워(Kate Andersen Brower)는 스토미 대니얼스의 폭로가 있었던 직후인 1월 25일 칼럼을 통해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트럼프와의 접점을 공개하길 꺼리는 멜라니아의 행보를 ‘침묵의 반란’(quiet rebellion)이라고 칭한 바 있다. 해당 칼럼에서 브라워는 “과거 대통령의 부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배우자의 부정이나 학대를 받아들이고 가장 강력한 지지자로의 역할에 충실해 왔다”며 “(트럼프 부부는) 클린턴 부부를 제외하면 미국의 역사에서 가장 복잡한 부부”라고 밝혔다.

■멜라니아는 갇혀있다?

지난 23일부터 3일 동안의 방미 일정을 마친 프랑스의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은 이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멜라니아는) 착하고 친절하며 똑똑한 데다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서도 “멜라니아가 (백악관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창문도 열 수 없다. 밖에 나가는 건 물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는 “멜라니아에게 자유를! 멜라니아는 백악관에 갇혀있다”며 조롱하기도 한다.

지난 5월 6일 <워싱턴포스트>는 “몇 달째 워싱턴에는 멜라니아가 사실 백악관에 살지 않고 워싱턴 교외에서 자신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았다”고 보도했다. 멜라니아의 대변인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1000퍼센트 거짓말.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웃는다. 도시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괴담이 돌 만큼 멜라니아가 그동안 백악관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자적 행보의 시작?

이번 ‘최고가 돼라’ 캠페인을 두고 <가디언>이 “(멜라니아가) 트럼프의 장막에서 벗어났다”고 표현한 건 그간 수동적이고 소극적이었던 멜라니아의 특징을 짚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두 부부는 서로 각방을 쓰며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매우 적다”며 “사실상 백악관에서도 자신과 이방카 트럼프의 사무실이 있는 이스트 윙과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웨스트윙 사이에 벽을 세웠다”고 밝혔다. 같은 기사에서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캠페인 발표를 두고 “몇 달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라며 “트럼프와는 독립적인 자신의 프로파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특히 몇몇 언론은 그녀가 캠페인에서 내세운 의제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수동적인 공격을 의미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최고가 돼라’ 캠페인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올바른 활용에 관해 이야기하며 ‘사이버 폭력’(Cyberbullying)을 하나의 의제로 잡았는데,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 최고의 폭언가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멜라니아는 지난 3월 백악관에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등 온라인 기업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나도 (트럼프의 아내인) 내가 이런 주제에 대해 논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있다는 걸 안다”며 “이 주제에 대한 내 관심이 비판받아온 걸 알지만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힐러리와의 극적인 대비

역대 미국의 영부인 가운데 멜라니아와 가장 극적인 대비를 보이는 인물은 힐러리 클린턴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스트 윙에서 벽을 쌓고 있는 멜라니아와는 달리 백악관 내에서 국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역대 영부인 가운데 유일하게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 윙에 사무실을 뒀던 힐러리는 미국 건강보험 개혁에 직접 나서 고용인이 피고용인의 의료보험을 보장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공화당이 집권하던 의회에서 이 안은 부결되었지만, 이 행보는 이후 힐러리가 정계에 진출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배우자의 부정을 대하는 자세 또한 극적인 대비를 드러낸다. 힐러리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백악관의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인정하고 나서도 그의 곁에서 지지자로 남아 ‘전폭적 방어’를 펼친 바 있다. 당시 빌 클린턴의 곁을 지키며 보여준 결단력과 대중이 가진 연민의 감정으로 인해 힐러리의 선호도는 70%대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힐러리가 2000년 뉴욕 주 초선 상원의원에 당선되는데 바탕이 됐다.

멜라니아 역시 트럼프의 불륜 폭로 이후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케이블뉴스네트워크(CNN)가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선호도 조사를 보면, 멜라니아의 선호도는 지난 1월 47%에서 10%p 오른 57%를 기록했다. 이는 CNN이 멜라니아 트럼프의 호감도를 조사한 이후 최고 수치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도 조사 최고 수치보다 높다.

특히 소위 ‘침묵의 반란’이라며 배우자의 성 추문에 대해 입을 닫고 있던 지난 1월부터 민주당 지지층의 선호도가 15%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층 확장성을 고려하면 멜라니아의 존재는 트럼프의 재선에 결정적일 수 있다. 다만, 이번 공식 캠페인의 발표가 적극적으로 트럼프의 정치 활동을 도우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자신만의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하려는 시도인지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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