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계정. 트위터 갈무리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반대자들의 트위터 접근을 차단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트위터가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따른 ‘공공토론의 장’이라는 이유였다.
맨해튼연방법원이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사용자를 차단한 것은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나오미 레이스 버치월드 판사는 75쪽짜리 판결문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어떤 정부 관료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사용자들이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대화형 공간’ 일부가 될 수 있으며, 정치적 발언에 근거해 이를 차단하는 것은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하는 차별”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트를 통해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이 계정은 개인의 것이 아닌 ‘45대 미국 대통령’의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2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취임 후 3000여개의 트위트를 쏟아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7월 미국 컬럼비아대 ‘수정헌법 1조 기사 연구소(Knight First Amendment Institute)’가 트럼프 대통령이 차단한 트위터 이용자 7명을 대표해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차단당한 이용자들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없었다. 이들은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호프 힉스 전 백악관 홍보국장 트위터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는 기각됐다.
판결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차단당했던’ <데일리 코스> 기자 레베카 버크왈터 포자는 “대통령을 고소했고 내가 이겼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수정헌법 1조 기사 연구소’ 책임자인 자밀 자퍼는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차단하는 관행은 악의적이고 헌법에 위배된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이런 관행을 끝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트위터에서 차단된다고 해서, 대통령의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자유로운 발언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법원 결정에 동의할 수 없음을 정중히 밝힌다. 다음 단계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차단당해 온 음악 평론가 댄 오치는 “트위터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가 지도자의 공식 대변인 역할을 할 때, 나는 시민으로서 무엇이든 읽을 권리가 있다”며 “그동안 많은 뉴스를 놓쳤고, 다른 수십 명의 리트위트를 통해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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