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다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지 몇시간 만에 백악관에서 경제관련법 서명식에서 “기존의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거나, 정상회담이 나중에 열리는 것이 가능하다”며 “아무도 불안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것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북-미 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한 보좌진들과의 회의 뒤 이렇게 밝히면서, “만약 김정은이 건설적 대화와 행동에 임할 것을 선택한다면, 그리고 그럴 때를 나는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들은 옳은 것을 하기를 원한다”면서도 기회를 잡는 것은 북한 지도자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진정으로 그들이 (회담을) 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단지 최근이다”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기회를 북한이 잡을 것인지를 두고 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래와 관련해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자신의 정상회담 취소 발표가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것이 아니고 여전히 가능함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북한에 의한 “어리석거나 무분별한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준비가 됐다”고 경고했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말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의 태도가 바뀔 때까지 미국 주도의 “최대한 압력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통화를 하고 “미 측으로서도 북한과의 대화 지속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북-미 간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강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도 계속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의지를 직접 표명하고 있는 만큼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계속 살려나가기 위해 한·미 양국이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가자”고 말했다.
북한도 북-미 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 미국에 즉각 대화를 요청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한 ‘리비아 모델’에 대한 비난으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알력을 처음으로 드러낸 장본인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5일 담화를 내어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부상은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은 25일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하였다”고 보도했다.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을 전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