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프리먼. 모건 프리먼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 할리우드 원로배우 모건 프리먼(81)이 촬영장에서 최소 여성 8명을 성추행·성희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엔엔>(CNN) 방송은 24일 그와 함께 영화·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일했던 여성 스태프 여러명이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섰다고 상세히 보도했다.
2015년 프리먼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 <고잉 인 스타일> 제작에 참여했던 20대 여성은 <시엔엔>에 “프리먼이 허락 없이 허리 아래에 손을 올리고 속옷을 입었냐고 물으며 치마를 들치려 했다”고 말했다. 프리먼의 성희롱이 도를 넘어서자 이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앨런 아킨(84)이 저지시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 영화 <나우 유 씨 미> 촬영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한 여성은 프리먼이 여성의 몸에 대해 노골적으로 언급하면서 여성 제작진들을 자주 괴롭혔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여성 제작진들끼리 가슴이 보이는 윗옷이나, 엉덩이가 드러나는 아래옷을 입지 말자는 금기가 존재했다고 한다. 그와 인터뷰를 했던 <시엔엔>의 엔터테인먼트 담당 여성 기자 또한 임신중이었는데도 그에게 부적절한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시엔엔>은 프리먼에게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여성이 최소 8명이고, 또 다른 8명은 그가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프리먼은 이런 주장에 대해 “불편함과 무례함을 느낀 모든 이에게 사과하겠다”면서도 “의도가 없었다. 나를 아는 사람이나 나와 일해본 사람들은 내가 의도적으로 타인을 기분 상하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님을 알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혹을 불거지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의 교통시스템 ‘트랜스링크’ 쪽은 프리먼의 목소리가 들어간 광고 방송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배우조합도 자체적으로 프리먼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먼은 지난해 조합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지난 50여년간 할리우드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던 그는 나이와 피부색이라는 장벽을 뛰어넘고 선악 역할을 두루 섭렵한 존경받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쇼생크 탈출>, <세븐>, <브루스 올마이티> 등에 출연하면서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으며, 2005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77회 아카데미시상식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올해도 그가 출연한 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에인절 해즈 폴른>이 개봉할 예정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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