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코미디언의 인종차별 발언에 미국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은 29일 시트콤 ‘로잔느’ 주인공 로잔느 바의 인종차별 발언을 문제 삼아 즉각 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바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발레리 재럿 전 백악관 선임고문에 대해 ‘무슬림형제단과 혹성탈출의 원숭이들의 자식’라고 공격했다. 그는 “무슬림형제단과 혹성탈출의 원숭이들이 아이를 가지면=vj(밸러리 재럿의 이니셜)”라고 썼다. 재럿은 이란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바는 1990년대에 같은 이름의 시트콤으로 유명한 코미디언으로, 이 프로가 부활되면서 높은 시청률을 올려왔다. <에이비시>는 “로잔느의 트위터 발언은 역겹고, 불쾌하고, 우리의 가치와 맞지 않아 그의 쇼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바는 문제가 된 트위터 글을 삭제했다. 또 “재럿과 모든 미국인에게 사과한다”며 “재럿의 정치와 그의 책에 대한 몹쓸 농담을 한 것에 진정으로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더 많은 것을 알아야만 했다. 나를 용서해 달라. 내 농담은 몹쓸 것이었다”며 자신의 표현이 농담이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바는 직설적이고, 도발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으로 ‘시트콤계의 트럼프’로 불렸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수년간 트위터 등을 모욕과 도발, 생경한 음모론으로 채우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의 의식을 대변했다.
바는 28일에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인 첼시가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친척과 결혼했다는 잘못된 주장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소로스가 나치 부역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에이비시>가 이런 논란 많은 언행에도 불구하고 바의 프로를 부활시킨 것은 자신들의 프로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지난 3월 부활한 그의 시트콤은 2500만명의 시청자를 모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재럿은 바의 험한 표현에 대해 “교훈적 순간”이라며 “나는 괜찮다. 단지 자신을 방어해줄 친구와 추종자들이 없는 사람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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