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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유네스코에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도 탈퇴

등록 2018-06-20 15:41수정 2018-06-20 22:30

“인권 탄압국들 이사회 가담”, “반이스라엘 편견” 이유
지난해 유네스코 탈퇴 이어 국제기구 탈퇴·무력화 지속
탈퇴 전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부도덕” 비판에 자극?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 본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 본부.
국제기구와 협정에서 잇따라 탈퇴해온 미국이 유엔총회 산하 기구인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 “시궁창”이라는 비난을 가하며 탈퇴했다. 미국의 고립이 심화되고 국제기구들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9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를 선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헤일리 대사는 “인권 탄압국들이 이사회에 가담해 있고 앞으로도 이사국으로 선출될 것”이라서 미국은 떠나겠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하는 또 다른 이유로 “이스라엘에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끝없는 적대 의식을 보여왔다”는 ‘반이스라엘주의’를 꼽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성명에서 “인권이사회는 반미주의와 반이스라엘주의에 기반해 악독한 욕설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 강점과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탄압 탓에 유엔 인권이사회의 지속적 감시와 비판 대상이 돼왔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미국은 유엔 인권이사회를 모욕적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했다. 헤일리 대사는 “정치적 편견의 시궁창”이라고 했고, 펜스 부통령은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조직이라 표현했다.

2006년에 기존의 유엔 인권위원회를 개편해 만든 인권이사회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고 47개 이사국이 참여한다. 이 기구는 유엔 회원국들의 인권 상황을 점검하고,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에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한다.

미국이 탈퇴 이유로 밝힌 ‘반인권 국가의 이사회 참여’는 지역별 안배에 따라 3년씩 맡는 이사국들에 인권 상황이 심각한 나라들이 포함되는 것을 말한다. 헤일리 대사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심각한 인권 침해는 다루지 못하면서 콩고민주공화국을 새로 받아들인 인권이사회는 그 이름을 쓸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사국에 포함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진작부터 나왔다.

다른 이유인 ‘반이스라엘 편견’은 지난해 10월 미국이 역시 유엔 산하 기구인 유네스코(UNESCO)에서 탈퇴할 때와 비슷하다.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헤브론의 옛시가지를 ‘팔레스타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 미국은 아브라함과 그 아들 이삭·야곱의 무덤이 있는 곳을 팔레스타인만의 유산으로 지정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네스코를 탈퇴했다. 요컨대 반미·반이스라엘 진영 국가들이 수적 우위로 횡포를 부린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미국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출범할 때 이런 이유로 참여를 거부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09년 합류했다. 미국은 국제적 반대 여론 속에서도 지난달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이 미국의 불법 월경자 부모-자녀 격리 조처에 대해 18일 “부도덕하다”고 비판한 게 미국 정부를 발끈하게 만들었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결정은 ‘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인권 기구는 세계 인권 보호와 촉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미국의 결정에 유감을 나타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대표는 “실망스러운 뉴스”라고 반응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소위 유엔 인권이사회라는 곳의 거짓말과 위선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헤일리 대사의 용기 있는 결정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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