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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 한 장의 사진이 트럼프 ‘가족 분리 정책’에 분노를 자아냈다

등록 2018-06-20 16:38수정 2018-06-23 10:13

국경서 몸수색 받는 엄마 옆 울음 터트린 아이
트럼프 정부 ‘무관용 가족 분리 정책’의 상징으로 등장
페이스북 모금액 나흘만에 800만 달러 육박
6월 12일 온두라스를 떠나온 2살 아이가 미국 텍사스주 국경에서 몸수색을 받는 엄마를 보며 울고 있다. 연합뉴스=John Moore/Getty Images/AFP
6월 12일 온두라스를 떠나온 2살 아이가 미국 텍사스주 국경에서 몸수색을 받는 엄마를 보며 울고 있다. 연합뉴스=John Moore/Getty Images/AFP
미국 정부가 밀입국자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분리 수용하는 강경한 ‘가족 분리’ 방침을 두 달째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에서 찍힌 사진 한장이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에 불을 붙였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한밤중 찍힌 이 사진에는 한 여성이 몸수색을 받고 있는 현장에서 그 모습을 보며 울고 있는 2살 아이의 모습이 담겼다. 겁에 질린 채 수색대원을 올려다보는 사진 속 아이의 얼굴은 곧장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이 말한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 policy)’이 가진 비극성의 상징이 됐다.

해당 사진을 찍은 기자 존 무어는 당시 상황에 대해 <타임>지에 “수색대원이 아이 엄마에게 몸수색을 위해 아이를 내려놓으라고 말했고, 아이는 발이 땅에 닿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무어는 10초 동안의 몸 수색이 끝나고 이 모녀가 일행과 함께 수색대를 따라 이동하기 전, 잠깐의 틈을 이용해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무어의 설명을 보면, 이들 일행은 온두라스를 떠나 멕시코를 가로질러 미국 국경에 이르기까지 이미 한 달여 동안 온갖 고초를 치러낸 상태였다. “(미국 국경에 막 도착했을 때에도) 아이 엄마의 눈빛에는 이미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고 무어는 설명했다.

연합뉴스=John Moore/Getty Images/AFP
연합뉴스=John Moore/Getty Images/AFP
사진이 공개된 뒤, 사진 속 온두라스 아이처럼 어린 아이들까지 보호자와 강제로 장기간 분리시키고 있는 미국 정부의 ‘가족 분리’ 방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분리 기간 동안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물론, 부모의 난민 자격 인정이나 추방 처분이 확정된 뒤에도 가족이 다시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무어는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도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여러 번 찍었고, 사진에 담긴 장면 자체는 다른 때와 다르지 않았다”면서도 “곧 이 두 사람이 떨어지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특히 더 사진을 찍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만나는 국경수비대 소속 대원들 중에서도 ‘가족 분리’ 정책으로 서로 떨어지는 이들을 보며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고도 밝혔다. 그 역시 사진 속 모녀의 이후 소식은 알지 못한다.

온두라스 아이의 사진이 파장을 일으킨 데 이어 국경지역의 한 밀입국 아동 수용 시설에서 아이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녹음한 음성 파일까지 공개되면서 비판 여론이 더 커지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는 계속해서 ’무관용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커스틴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19일 “우리는 우리가 해야하는 일을 할 뿐이며,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일 트위터에 “국경 안보에 대해 매우 잘 설명했다”며 닐슨 장관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고 강경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관련 기사: 분리수용 파문 확산…울음소리에도 나치 비유에도 끄떡없는 트럼프)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 갈무리
이 사진이 공개된 뒤 페이스북에 게시된 “이민자 부모와 아이를 다시 만나게 하자”는 제목의 모금 역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개설 나흘째인 20일 현재, 총 모금액 797만 달러(약 87억6700만원)를 넘기며 페이스북 단일 기금 모금 역사상 최대액을 기록한 것이다. 모금액은 텍사스의 난민 이민자를 돕는 비영리 단체인 레이시스의 활동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레이시스의 책임자 조너선 라이언은 <뉴욕타임스>에 “이처럼 넘치는 지지에 눈물을 흘렸다”며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화제가 된 이 사진을 두고, 아이들의 비극을 순간적으로 포착했다는 점에서 3년 전 시리아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다 터키 해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3살 아일란 쿠르디, 2년 전 알레포의 집에서 폭격 피해를 입고 구조된 5살 옴란 다크니시를 떠올리는 반응들도 나왔다.

▶쿠르디 관련 기사 : 파도에 밀려온 3살 시리아 난민 아이의 주검…전세계 ‘공분’

▶다크니시 관련 기사 : [카드뉴스] 이 사진을 보고 놀라셨나요?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이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찍힌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AP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이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찍힌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AP
2016년 시리아 알레포 폭격 현장에서 구조된 직후 찍힌 옴란 다크니시. 연합뉴스=AP via Aleppo Media Center
2016년 시리아 알레포 폭격 현장에서 구조된 직후 찍힌 옴란 다크니시. 연합뉴스=AP via Aleppo Media Center

박수진 기자 sujean.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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