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온두라스를 떠나온 2살 아이가 미국 텍사스주 국경에서 몸수색을 받는 엄마를 보며 울고 있다. 연합뉴스=John Moore/Getty Images/AFP
미국 정부가 밀입국자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분리 수용하는 강경한 ‘가족 분리’ 방침을 두 달째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에서 찍힌 사진 한장이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에 불을 붙였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한밤중 찍힌 이 사진에는 한 여성이 몸수색을 받고 있는 현장에서 그 모습을 보며 울고 있는 2살 아이의 모습이 담겼다. 겁에 질린 채 수색대원을 올려다보는 사진 속 아이의 얼굴은 곧장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이 말한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 policy)’이 가진 비극성의 상징이 됐다.
해당 사진을 찍은 기자 존 무어는 당시 상황에 대해 <타임>지에 “수색대원이 아이 엄마에게 몸수색을 위해 아이를 내려놓으라고 말했고, 아이는 발이 땅에 닿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무어는 10초 동안의 몸 수색이 끝나고 이 모녀가 일행과 함께 수색대를 따라 이동하기 전, 잠깐의 틈을 이용해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무어의 설명을 보면, 이들 일행은 온두라스를 떠나 멕시코를 가로질러 미국 국경에 이르기까지 이미 한 달여 동안 온갖 고초를 치러낸 상태였다. “(미국 국경에 막 도착했을 때에도) 아이 엄마의 눈빛에는 이미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고 무어는 설명했다.
연합뉴스=John Moore/Getty Images/AFP
사진이 공개된 뒤, 사진 속 온두라스 아이처럼 어린 아이들까지 보호자와 강제로 장기간 분리시키고 있는 미국 정부의 ‘가족 분리’ 방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분리 기간 동안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물론, 부모의 난민 자격 인정이나 추방 처분이 확정된 뒤에도 가족이 다시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무어는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도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여러 번 찍었고, 사진에 담긴 장면 자체는 다른 때와 다르지 않았다”면서도 “곧 이 두 사람이 떨어지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특히 더 사진을 찍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만나는 국경수비대 소속 대원들 중에서도 ‘가족 분리’ 정책으로 서로 떨어지는 이들을 보며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고도 밝혔다. 그 역시 사진 속 모녀의 이후 소식은 알지 못한다.
온두라스 아이의 사진이 파장을 일으킨 데 이어 국경지역의 한 밀입국 아동 수용 시설에서 아이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녹음한
음성 파일까지 공개되면서 비판 여론이 더 커지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는 계속해서 ’무관용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커스틴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19일 “우리는 우리가 해야하는 일을 할 뿐이며,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일
트위터에 “국경 안보에 대해 매우 잘 설명했다”며 닐슨 장관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고 강경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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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공개된 뒤 페이스북에 게시된 “이민자 부모와 아이를 다시 만나게 하자”는 제목의
모금 역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개설 나흘째인 20일 현재, 총 모금액 797만 달러(약 87억6700만원)를 넘기며 페이스북 단일 기금 모금 역사상 최대액을
기록한 것이다. 모금액은 텍사스의 난민 이민자를 돕는 비영리 단체인
레이시스의 활동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레이시스의 책임자 조너선 라이언은 <뉴욕타임스>에 “이처럼 넘치는 지지에 눈물을 흘렸다”며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화제가 된 이 사진을 두고, 아이들의 비극을 순간적으로 포착했다는 점에서 3년 전 시리아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다 터키 해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3살 아일란 쿠르디, 2년 전 알레포의 집에서 폭격 피해를 입고 구조된 5살 옴란 다크니시를 떠올리는 반응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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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이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찍힌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AP
2016년 시리아 알레포 폭격 현장에서 구조된 직후 찍힌 옴란 다크니시. 연합뉴스=AP via Aleppo Media Center
박수진 기자
sujean.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