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캐피털 가제트>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과 관련, 사건 현장인 베스트 게이트 888 빌딩 앞에 경찰 관계자가 투입돼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아나폴리스/AFP 연합뉴스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지역 신문사인 일간 <캐피털 가제트> 편집국에서 28일 총격 사건이 벌어져 최소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7년 전 자신의 범행을 보도한 신문사에 앙심을 품고 벌인 공격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총격 사건 내용이 담긴 <캐피털 가제트> 1면.
이날 오후 백인 남성 재러드 워런 라모스(38)가 베스트게이트 로드 888빌딩에 산탄총을 들고 들어가 4층 <캐피털 가제트> 사무실 유리창으로 총기를 난사해 최소 7명의 사상자를 냈다. 존 맥나마라 기자, 제럴드 피슈먼 사설면 편집담당, 로버트 히아센 부 편집장, 레베카 스미스 영업 지원 담당, 웬디 윈터스 특별 출판 담당 등이 희생자 명단에 포함됐다. 현장에 있던 기자 필 데이비스는 “총격범이 유리문을 통해 사무실로 사격했다”며 “직원들과 함께 책상 아래에 숨어있었다. 마치 전쟁 지역 같았다”고 급박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윌리엄 크램프 앤애런델 카운티 경찰서장 대행은 “<캐피털 가제트>를 목적으로 한 공격”이라며 “용의자의 의도는 해를 끼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라모스는 가스캔 등 폭발 장치를 담은 가방을 소지하고 있었고, 수류탄도 이용했다고 한다.
<시비에스>(CBS) 뉴스는 라모스가 2012년 <캐피털 가제트>와 명예훼손 소송을 벌인 전력이 있다며, 원한에 의한 범행이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라모스는 2011년 고교 동창생인 한 여성에게 에스엔에스(SNS)로 말을 걸어 쪽지를 주고받다가, 느닷없이 저속한 내용으로 여성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자살하라고 요구하거나 여성의 회사 간부에게 이메일을 보내 해고하라고 압박하는 등 도를 넘어선 행동에 여성은 라모스를 수사당국에 신고했고, 라모스는 징역 90일을 선고받았다. <캐피털 가제트>는 이런 얘기를 7월31일치 신문에 실었다. 라모스는 기사를 쓴 에릭 토마스 하트레이 기자 겸 칼럼니스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기각됐다. <캐피털 가제트>는 최근 SNS를 통해 익명의 독자로부터 협박을 받아왔으며, 범행 전부터 용의자와 간부가 접촉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캐피털 가제트>는 메릴랜드주를 대표하는 일간 <더 볼티모어 선>이 소유한 회사로, 편집국 직원 31명이다. 2014년 기준 매일 2만9000부정도 판매된다. 1884년 <이브닝 가제트>로 창간해 운영하다 2014년 <더 볼티모어 선> 그룹이 인수했다. 1727년 <메릴랜드 가제트>에서 명맥을 유지해 온 미국에서 유서 깊은 신문 중 하나로 꼽힌다.
총격범 재러드 워런 라모스. <시비에스> 뉴스 누리집 갈무리
라모스는 범행 후 건물 내부에서 숨어있다가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가 손가락 지문을 훼손하는 바람에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당시 이 건물 안에는 170명 이상이 있었다. <캐피털 가제트>는 참극에도 29일치 신문을 정상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트위터에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하고 기도한다”며 “현장에 있는 초기 대응 요원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적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그들의 일을 하는 언론인에 대한 폭력적인 공격은 모든 미국인에 대한 공격”이라며 희생자를 위로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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