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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멕시코, 첫 좌파 대통령 탄생…트럼프와 각 세운다

등록 2018-07-02 10:56수정 2018-07-02 21:22

중도좌파 모레나 당의 오브라도르, 압승 유력
100년 지속 제도혁명당 정치독점 구조 타파
치안악화 및 반트럼프 정서가 당선 동력
선거 기간 중 130명 이상 후보 살해당해
1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중도좌파 모레나당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후보가 멕시코시티의 한 투표장에서 투표를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다짐하는 손짓을 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50% 이상의 득표로 당선이 예측됐다. 멕시코시티/AFP 연합뉴스
1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중도좌파 모레나당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후보가 멕시코시티의 한 투표장에서 투표를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다짐하는 손짓을 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50% 이상의 득표로 당선이 예측됐다. 멕시코시티/AFP 연합뉴스
1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64)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으로 예측됐다. 좌파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멕시코 사상 처음이다. 좌파 대통령의 탄생이 치안 악화가 최악으로 치달으며 안보위기로 발전하는 멕시코나, 격화되는 멕시코-미국 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도좌파인 모레나당의 로페즈 오브라도르 후보는 이날 투표 마감 뒤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53~59%의 득표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론조사 회사 파라메트리아가 실시한 이 출구조사에서 오브라도르는 2위로 예측된 리카르도 아나야 후보에 비해 무려 30%포인트 내외를 앞섰다. 아나야 후보는 19~25% 득표율이 예상된다. 집권 제도혁명당의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 후보는 14~20%로 3위에 그쳤다.

당선이 확실시되는 오브라도르 후보는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 출신으로 3차례의 대선 도전 끝에 당선되게 됐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멕시코에서 한세기 가까이 계속된 제도혁명당 중심의 독점 정치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알리는 서곡으로 평가된다.

제도혁명당은 1929년부터 2000년까지 대통령직뿐만 아니라 모든 주지사를 석권하며 여당으로 군림했다. 2000년 대선에서는 국민행동당의 비센테 폭스 후보가 당선됐으나, 제도혁명당은 다시 정권을 탈환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로 제도혁명당의 통치가 약화되면서 우파 중심의 독점적 권력구조 역시 약화되어, 이번 대선에서 결국 좌파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오브라도르 후보의 당선은 사상 최악으로 악화되는 치안위기 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압박에 따른 대중들의 염증과 반발에 힘입었다. 각급 선거와 함께 치러진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130명 이상의 후보 및 정당인들이 지난해 9월 이후 살해됐다. 멕시코에 만연한 마약카르텔 등 조직범죄 및 이에 연관된 정부 안팍의 부정부패가 원인이다.

지난해 멕시코 당국에 보고된 계획적인 살인은 약 2만9천 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았다. 살인율도 인구 10만 명당 20.51명으로 2016년의 16.80명보다 높아졌다. 전체 범죄의 94% 가량은 아예 경찰에 신고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살인 용의자 검거율은 17%로 2년 전인 2015년의 27.5%보다 대폭 낮아졌다. 일부 지방에서는 마약카르텔이 사실상 지방정부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멕시코 국민들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 및 그 정부가 이런 치안악화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하는데다, 만연한 부정부패, 경제악화에 염증을 드러내 왔다. 치안 악화가 안보위기로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민 및 무역 문제로 멕시코를 압박하는 것도 멕시코 국민들에게 새로운 선택을 재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그 비용을 멕시코에게 부담하라고 강요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조직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약속하는 한편 반트럼프 노선도 천명해 국민들의 표심을 잡았다. ‘멕시코의 트럼프’로 불릴 정도로 거침없는 발언과 포퓰리스트적인 접근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며, 선두 주자로 나섰다. 악화되는 치안 및 반트럼프 정서는 오브라도르에게 그동안 딱지붙여졌던 ‘급진파’라는 프레임을 극복하는 배경이 됐다.

그는 멕시코 정치를 지배해온 제도혁명당과 국민행동당을 ‘마피아 권력’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그의 집권은 멕시코 정계의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128명의 상원의원, 500명의 하원의원 및 각급 지방 선거로 모두 3400명의 공직자를 선출하는 멕시코 사상 최대 선거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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