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를 타려고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은 대통령 전용기를 운용하는 제89 항공수송단을 이끄는 레베카 손키스 대령. 앤드루스 기지/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에 일제히 ‘생큐 김정은 위원장’을 연발하고 있다. 유해 송환 자체에 높은 의미를 부여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 를 부각하는 한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들의 이행을 위한 대화 분위기를 살려나가려는 모습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각) 트위터로 “김정은에게 고맙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연설에서도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연설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1%로 나온 것을 자찬하는 자리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유해 송환을 특별히 언급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약속을 지킨 데 대해 언론 앞에서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훌륭한 우리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거기에 가서 유가족과 유해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해를 맞이하는 공식 행사는 다음달 1일 하와이에서 열린다.
펜스 부통령도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하와이 공식 송환식에 참석할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덕분에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을 약속했다”며 “미국 전역의 많은 가족들에게 깊은 뜻을 가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6일에도 종교 자유 문제 등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강하게 비난한 대북 강경파이지만, 이번 유해 송환과 관련해서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의 아들로서 이 역사적인 순간에 참여하게 돼 매우 영광” 이라며 긍정적 태도를 드러냈다. 그 아버지 에드워드 펜스는 1952년 제45보병사단 소속 소위로 경기도 연천의 ‘폭찹힐’ 전투 등에 투입돼 한국에서 동성훈장을 받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같은 날 트위터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 전쟁포로(POW)와 전쟁실종자(MIA)들의 유해를 송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가 이 약속을 완수하고 있어 기쁘다”고 적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유해 추가 발굴을 위해 미군 인력을 북한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군 인력 파견에 대해 기자들에게 “분명히 검토중인 사안”이라고 답했다. 미국은 북한에 5300명의 미군 유해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번 55구를 포함해 1990년 이후 지금까지 약 500구가 송환됐다. 추가 발굴을 위한 미군 파견 검토를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 “평양과의 관계를 녹이는 지속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매티스 장관은 또 “이런 소통이 계속되면 국제 외교 측면에서 다른 일들에도 긍정적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반겼다.
워싱턴/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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