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감독 해고가 정치논쟁으로 번진 이유

등록 2018-07-31 16:01수정 2018-07-31 17:21

제임스 건 감독, 10년 전 ‘소아성애’ 옹호 논란 트위트로 해고
트럼프 비판해 온 할리우드 내 대표적인 진보 인사로 꼽혀
“극우주의자들의 음모론·마녀사냥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도
“다시 고용하라”는 청원은 35만건 달해
제임스 건 감독을 다시 고용하라는 청원은 35만건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체인지’ 누리집 갈무리
제임스 건 감독을 다시 고용하라는 청원은 35만건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체인지’ 누리집 갈무리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제임스 건 감독이 10여년 전 올린 부적절한 트위트를 이유로 해고당한 일을 두고 미국 사회에서 거센 논쟁이 일고 있다. 제임스 건 감독은 할리우드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리버럴 인사로 꼽힌다.

앨런 혼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회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서를 내고 “제임스 건 감독의 트위터에서 발견된 저속한 태도와 발언은 옹호할 여지가 없고 우리 회사와의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와 사업 관계를 끊었다”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트위트는 건 감독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올린 내용이다. 건 감독은 당시 강간, 에이즈, 홀로코스트 등을 조롱하는 내용의 트위트를 올렸다. 특히 2009년에는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내용의 트위트를 올려 ‘소아 성애’ 옹호 논란이 불거졌다. 해고 직후 건 감독은 “나의 경력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충격적이고 금기인 소재로 농담을 하거나 영화를 만들면서 나 자신을 도발적인 일종의 ‘선동가’로 생각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 번 밝힌 것처럼, 나는 그 이후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했다”며 “자극적인 말을 던지고 주목을 얻으려고 했던 날들은 지났다. 나는 몇 년 전과 매우, 매우 다른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의 농담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사과를 해왔다. 그런 발언들은 어리석었고 재밌지도 않았으며 매우 둔감한 발언이었다. 내가 바랐던 것처럼 도발적이지도 않았을뿐더러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반영하는 말도 아니었다”고 설명하며 “오랜 시간 후회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내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도 밝혔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주연 배우 크리스 프랫은 30일 다른 배우들과 함께 건 감독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화 스틸컷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주연 배우 크리스 프랫은 30일 다른 배우들과 함께 건 감독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화 스틸컷
많은 사람들이 건 감독의 트위트가 ‘부적절했다’는데 동의하면서도 그의 해고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브래들리 쿠퍼, 빈 디젤, 폼 클레멘티예프, 카렌 길런, 션 건, 마이클 루커 등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주연 배우들은 30일 제임스 건 감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우리는 제임스 건을 완전히 지지한다”고 밝히며 “그를 둘러싼 이상한 음모론에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을 보고 낙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론 재판에는 정당한 절차가 없기 마련이고, 제임스는 그런 재판을 받는 마지막 사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군중심리가 하나의 무기로 작동하는 것이 멈추길 바라지만, 미국 내 정치적인 분열 양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런 사례가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정치적인 스펙트럼에 따라 비난을 받고 군중심리가 무기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라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건 감독을 지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의 해고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에선 ‘제임스 건을 다시 고용하라’(#RehireJamesGunn)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청원 사이트(Change.org)에는 그를 다시 고용해 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이 청원은 31일 오후 현재 35만 건가량의 동의를 받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은 그의 과거 트위트를 다시 공유하며 문제 삼고 해고 운동을 펼친 이가 극우주의(alt-right) 작가 겸 영화 제작자인 마이크 세르노비치란 점과 무관치 않다. 세르노비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는 “건 감독은 극우주의자들을 자주 분노케 하는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이용자였다”며 그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타깃’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이크 세르노비치는 건 감독이 해고되기 직전까지 그의 옛 트위트들을 수십 번씩 반복해서 공유하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디즈니사를 압박할 것을 종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의 과거 에스엔에스 기록을 뒤진 뒤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을 찾아 퍼트리는 것이 ‘친 트럼프 진영’의 주요 운동 전략이 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진보적인 성향을 띤 라디오 진행자 겸 코미디언인 샘 세이더 역시 극우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아 <엠에스엔비씨>(MSNBC)에서 해고됐다가 다시 고용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친 트럼프 진영은 할리우드가 민주당 지지자들로 가득한 데다 ‘소아성애적’이라는 일종의 음모론을 주장해왔는데, 이러한 주장 덕에 건 감독을 해고하는 여론이 힘을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배우들이 ‘음모론’을 언급한 것도 이같은 정치적인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디즈니가 지난 5월 인종차별 발언을 이유로 배우 로잔느 바를 해고한 것도 이번 일에 영향을 끼쳤다. 로잔느 바는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인물로 자신의 해고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르노비치와 같은 극우주의자들이 로잔드 바의 해고에 대한 복수 형태로 건 감독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복스>등 일부 진보적인 성향을 띤 언론도 10년 전 올린 트위트로 해고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그의 해고를 ‘게이머게이트’ 사례에 빗대기도 했다. ‘게이머게이트’는 2013년 일부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여성 게임개발자, 여성 저널리스트, 페미니즘 문화 비평가 등을 비난하고 협박한 사건으로 온라인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4년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은 전 세계에서 약 8645억원(7억7300만 달러) 가량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선보인 2편은 9662억원(8억64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건 감독은 2020년 개봉을 목표로 3편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이번 일로 중도 하차하게 됐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