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혁명기념일에 열린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큰 관심을 보여왔던 군사 퍼레이드(열병식)가 ‘과다 비용’ 문제로 내년으로 연기됐다.
로버트 매닝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성명을 내어 “국방부와 백악관은 미국의 퇴역 군인들을 예우하고 세계 1차대전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해왔다. 우리는 애초 11월10일 이 행사를 열려고 했지만, 2019년에 새로운 기회를 찾기로 새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매닝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군사 퍼레이드의 일정을 늦춘 이유와 이 결정을 내린 주체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로 ‘비용 문제’를 꼽고 있다.<워싱턴 포스트>는 애초 국방부는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데 1000만~3000만달러정도 비용이 들 것이라 예측했지만, 최근 들어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9200만달러(약 1035억원)로 크게 뛰었다고 전했다. 이후 미국 언론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독재 국가처럼 자신의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는데 쓸데없이 큰 돈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미국이 이 같은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실시한 것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91년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제1차 걸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이 행사를 열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27년 만에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프랑스에서 비슷한 행사를 본 뒤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번 소통으로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권을 비난했다. 그는 1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워싱턴 DC를 운영하는 지역 정치인들은 뜻밖의 횡재를 잘 알아본다. 위대한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열기 위한 금액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들이 웃기지도 않게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 그래서 내가 이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대신 이미 정해진 앤드류스 공군 기지의 퍼레이드와 11월11일 파리에서 열리는 전쟁(세계 1차대전) 종식을 기념하는 퍼레이드에 갈 것”이라며 “가격이 크게 다운되면 아마도 내년에 워싱턴에서 뭔가 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