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수 혐의로 수감 중인 룰라 전 대통령이 오는 10월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지난 31일 브라질 선거법원이 그의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상파울루/신화 연합뉴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이 부패 혐의로 수감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2) 전 대통령의 오는 10월 대선 출마에 제동을 걸었다. 브라질 노동자당(PT)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룰라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세운 결정을 유지하겠다는 상황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지난 31일 6시간의 심리 끝에 참석 판사 6대1 의견으로 룰라 전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 자격을 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는 2010년에 만들어진 유죄판결을 받은 정치인들의 출마를 제한하는 ‘깨끗한 경력(Clean Slate)’법이 적용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국영 석유 기업과 계약 체결을 도와주는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월 2심에서 징역 12년1개월을 선고받고 지난 4월부터 수감 중이다.
룰라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내세운 브라질 노동자당은 법원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자당은 성명을 통해 “법원이 그의 공직 복귀를 거부하는 브라질 엘리트층의 바람에 부응한 판단을 했다. 정치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했다”고 반발했다. 노동자당은 법원 판결 이전부터 결과와 상관없이 룰라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추대한 당의 결정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 왔다.
노동자당 지도부와 페르난도 아다지 부통령 후보는 3일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된 룰라 전 대통령을 만나 대선 출마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의 의견에 따라 대선후보 교체 문제 등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면 아다지 부통령 후보가 노동자당 대선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룰라 전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이나 후보자 토론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압도적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일 여론조사업체 엠디에이(MDA) 조사 결과 룰라 전 대통령은 37.1%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극우 성향 사회자유당(PSL)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는 18.8% 지지율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11명의 후보들의 지지율은 한 자리수에 머물렀다.
브라질 대선 1차 투표는 10월7일에 진행되고,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 후보가 10월28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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