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 오른 사회자유당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후보(왼쪽)와 노동자당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 AFP 연합뉴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 대통령 후보가 1차 투표 후 인터뷰에서 “브라질에는 권위는 있지만 권위주의는 없는 통치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극우·독재 성향을 누그러뜨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오는 28일 예정된 결선 투표를 앞두고 독재 정권이 될 것이란 안팎의 우려를 완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9일 <가디언>을 보면 보우소나루 후보는 전날 현지 언론 <레지 글로보>와의 인터뷰에서 “녹색과 노란색 깃발(브라질 국기) 아래 브라질 사람들을 화해시키고 통합시킬 것”이라면서 우선순위로 세계 무대에 브라질의 문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브라질 여성이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만큼 범죄를 철저하게 차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선거 운동 내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는 막말과 여성 혐오,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지난 7일 치러진 대통령 1차 투표에서 득표율 46%를 기록하면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페르난두 아다지 노동자당 후보(29.3%)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극심한 범죄율과 경제 위기, 부정부패에 피로감을 느껴온 민심을 파고든 것으로 분석된다.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을 수 있는 득표율은 50%였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공수부대 대위 출신으로, 27년간 하원에 몸담은 베테랑 정치인이다. 부통령 후보인 해밀턴 모랑은 지난해 정권 탄핵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로, 막 퇴역한 장군이다. 두 사람의 경력과 선거 운동 과정에 나온 각종 발언들로 인해, 보우소나루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브라질에 독재 정치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가 빗발치고 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1964∼1985년 브라질 군부정권,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느,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독재 정치를 찬양하는 발언을 일삼았으며, 내각 다수를 군 출신으로 채울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우리에겐 권위는 있지만, 권위주의는 없는 정부가 필요하다”며 비당파적 장관을 기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경제고문으로 시카고 대학 출신 경제학자 파울로 구에디스를 일찌감치 영입하면서 친시장적인 정책을 강조해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 국영기업의 민영화, 부패 척결 등을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1차 투표 1위에 올라서자 지난 8일 브라질 보페스파 지수는 4.5% 이상 상승했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환경문제다. 그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주장해왔으며, 환경부를 폐지하고 원주민의 광물 채굴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해 호라이마주, 아크리주, 혼도니아 등 아마존 지역에서 득표율 62%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날 경쟁후보인 아다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라의 미래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민주주의의 미래가 위태롭다. 사회 권리와 노동자의 미래가 위태롭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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