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23 21:23
수정 : 2018.10.2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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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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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하버드 낙방 이력’ 익명 이메일 기자들에 배포돼
재판 지연 우려한 원·피고, 판사 교체 원치 않아
“이미 원·피고에 알려”…제척·기피 사유 안 될듯
미국 명문대 전형 영향 미칠 판결에 여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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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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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의 아시아계 학생 차별 여부를 다투는 소송을 맡은 판사의 대학 낙방 이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재판을 심리하는 판사가 하버드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이력 때문에 편향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이메일이 기자들에게 대량 유포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보스턴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하버드대 전형에 대한 소송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익명의 ‘투서’가 유포됐다고 22일 보도했다. ‘연방판사는 하버드에서 떨어진 고통스러운 과거를 숨기고 있다’는 제목의 이메일은 앨리슨 데일 버로우스 판사가 하버드대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이 대학에 지원했지만 떨어진 과거가 있다고 ‘폭로’했다. 따라서 버로우스 판사가 하버드대에 불리하게 결론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실제로 버로우스 판사는 하버드대에 지망했으나 낙방해 미들베리대에 진학했다. 이에 대해 그는 ‘행복한 대학 생활’을 거쳐 1983년에 졸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고 쪽은 물론 피고인 하버드대도 버로우스 판사의 교체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청구 시점으로부터 4년이나 지난 재판의 판사를 교체하면 심리가 마냥 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출신이 아닌 판사를 앉히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보스턴 연방법원 판사 13명 중 9명이 하버드대 동문이다. 버로우스 판사는 이미 재판 준비 절차 때 자신의 이런 이력을 양쪽에 알렸다고 밝혔다.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이란 단체는 2014년 하버드대가 입학 전형에서 아시아계 지원자의 개인 특성 점수를 의도적으로 낮게 매겨 입학 기회를 좁히는 차별을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 재판은 지난 15일부터 보스턴 연방법원에서 시작했다.
첫 재판에서 양쪽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원고 쪽은 하버드대가 흑인, 히스패닉, 백인 지원자에게 유리하고 아시아계에는 불리하도록 ‘용기’나 ‘호감도’처럼 모호한 개인적 특성을 평가 점수로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버드대는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인종을 고려 요소로 삼더라도 약자를 우대하는 차원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아계 학생 비율은 2010년 이후 크게 늘어 입학생들 중 2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흑인 학생의 비율은 대략 15%, 히스패닉은 12%다.
재판은 3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그 결과가 미국 대학들의 소수자 우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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