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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소로스가 미국 백인대학살 배후?’…들끓는 극우 음모론

등록 2018-10-28 15:13수정 2018-10-28 22:22

폭발물 소포 및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뒤 음모론 돌아
유대인 등에 의한 ‘백인 대학살’ 담론 극성
트럼프 등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도 앞장

‘소로스 등 국제자본가 세계 지배 음모에 민주당 동참’
트럼프, ‘소로스, 옐런 전 연준 의장 등 유대계 삼각 동맹’ 주장
공화당 원내대표도 소로스 음모론 가세
최근 미국 민주당 정치인 등에게 폭발물 소포를 보낸 용의자 세사르 세이요크는 트럼프의 열혈 지지자로서 인종주의적 극우 음모론에 심취했다. 그가 거주하던 승합차에는 각종 극우 음모론을 주장하는 전달들이 붙어있다.
최근 미국 민주당 정치인 등에게 폭발물 소포를 보낸 용의자 세사르 세이요크는 트럼프의 열혈 지지자로서 인종주의적 극우 음모론에 심취했다. 그가 거주하던 승합차에는 각종 극우 음모론을 주장하는 전달들이 붙어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 미국에서 부상하는 극우 세력과 그 음모론이 정치적 폭력과 테러의 온상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도 이 극우 음모론을 부추기며, 지지층을 확산시키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7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생명의 나무’에서 총기를 난사해 11명을 죽인 로버트 바우어스(46)나, 최근 민주당 정치인 등에게 폭발물 소포를 보낸 용의자 세사르 세이요크(56)는 모두 인종주의적 극우 세력이며, 이들의 음모론에 심취했다.

바우어스가 총기 난사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은 ‘히브리이민지원사회’(HIAS)가 ‘우리 국민들을 죽이려고 침략자들을 데려오려고 일한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19세기말 러시아와 동유럽에서의 유대인 박해인 ‘포그롬’을 피해 미국으로 온 유대인들을 돕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현재는 난민 보호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백인민족주의자, 신나치, ‘대안우익’ 등이 선호하는 소셜미디어인 ‘갭닷컴’에서 미국 백인과 “서구 문명”이 “확실한 소멸로 향하고 있다”며 유대인과 무슬림들에 그 책임을 묻는 글들을 올렸다.

폭발물 소포의 용의자 세이요크도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2016년 인종주의적인 극우 음모론 콘텐츠에 링크를 걸거나 자신의 글을 올려왔다. 그는 “버락 오바마는 반그리스도-100% 증거가 있다”, “사탄이 미국을 파괴하려고 오바마를 보냈다”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에 링크를 걸거나, 극우 음모론을 퍼뜨리는 페이크 뉴스들을 올리는 극우 사이트들인 <인포워즈> <월드 넷 데일리> <브레트바트>의 글들을 퍼날랐다.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인 그는 지난해 플로리다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생존학생으로 총기규제 운동을 펼치는 데이비드 호그가 “엉터리 사기꾼”이라며, 자유주의적인 자선사업가이자 국제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에게 사제 폭탄을 보낸 혐의로 체포된 세사르 세이요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에게 사제 폭탄을 보낸 혐의로 체포된 세사르 세이요크
이들의 신념과 행동은 최근 부상하는 미국 극우세력들의 대표적인 음모론인 ‘백인 대학살’ 담론과 궤를 같이한다. 세계화주의 자본가들과 유대인들이 이민을 통해서 미국의 주류적인 인구 변화를 꾀해, 주도세력을 교체하려한다는 음모론이다. 즉, 미국에서 백인들을 소수 인종으로 만들어서, 서구 문명을 말살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백인민족주의 등 극우 세력들의 폭동에서는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라는 것이 대표적 구호였다. 즉, 유대인이나 소수 인종들이 미국 백인들을 대체해 다수 인종이나 주류 세력이 되려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이런 백인 우월주의의 인종주의적 극우 세력은 남북전쟁 이후 있어왔다. 미국 연방정부나 유엔 등이 미국을 해체하려는 자들의 도구라는 이들의 주장은 최근에는 좌파 진영이 비판하던 세계화 담론을 차용해, 발전했다. 세계를 지배하려는 조지 소로스 등 국제자본가들인 ‘글로벌리스트’(세계화주의자)에 맞서 미국 백인들이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각성은 이런 황당한 극우 음모론 주장이 트럼프나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에 의해서도 전파돼, 미국 사회에서 큰 여론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번달 초 트럼프는 소로스가 자신이 지명한 우파 대법관 브렛 캐버노를 반대하는 활동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주장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2016년초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면서부터 미국 백인들의 인종주의적 감정을 자극하는 언사 및 글로벌리스트 음모론을 주장했다. 그는 대선 마지막 광고에서 유대인인 소로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인 로이드 블랭크페인,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글로벌리스트 삼각동맹을 거론했다. 클린턴이나 유력한 민주당 인사들을 “가둬버리고”, 이민을 막기위해 장벽을 쌓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의 단골 선거구호였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세계 권력구조를 장악하려는 이 동맹에 협력자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스뉴스>에서 들었다며, 남아공에서 백인 농부들이 대학살에 처하고 있다는 주장을 트위터에서 최근 반복했다. 그는 최근 중간선거를 앞두고는, 중미에서 도보로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대열인 ‘캐러번’에 테러분자나 중동인들이 끼여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공화당의 최고위 인사도 가세하고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지난 30일 트위터에서 “우리는 소로스, 톰 스타이어(환경운동가), 마이클 블룸버그(민주당원으로 전향한 뉴욕 사업가)가 이번 선거를 매수하게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력을 가진 이들이 민주당 지지층을 돈으로 매수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면, 미국의 2인자인 하원의장이 유력하다.

공화당 풀뿌리 정치인들 역시 극우 음모론에 가세한다. 플로리다 주하원의원인 맷 갯츠는 온두라스에서 캐러번 대열의 여성과 아동들에게 현금을 지불하는 동영상이 있다며 “소로스? 미국 지원 비정부기구? 그 출처를 수사해야 할 때이다!”고 적었다. 스티브 킹 아이오와 주하원의원도 극우 오스트리아 웹사이트와의 회견에서 미국의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백인민족주의자들의 견해를 표방했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공화당 평론가인 찰리 사이크스는 트위터에서 “우리 미국이 직면하는 가장 큰 위험은 1천마일 밖의 캐러번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다”며 미 국내의 인종주의적 극우세력과 이를 부추기는 트럼프 등 공화당 정치인들을 겨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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