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1 16:29
수정 : 2018.11.0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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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연설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장벽을 완성하라”고 쓴 팻말을 흔들고 있다. 포트마이어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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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헌법 조항 폐지’ 행정명령 거듭 큰소리
“국경병력 1만5000명까지 늘릴 수도”
카라반 대응 군 파견 규모 판돈 올리듯
대통령-하원의장 공방…NBC “공화당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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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연설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장벽을 완성하라”고 쓴 팻말을 흔들고 있다. 포트마이어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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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명의 불법이민자 자녀들이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자가 돼 온갖 권익과 특혜를 누리도록 허용하는 이 미친 정책을 끝장내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정헌법의 시민권 조항을 ‘미친 정책’으로까지 폄하하며 출생시민권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공언했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에스테로에서 공화당 지원 중간선거 유세 중 특유의 비문이 섞인 반복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위헌 논란도 불사한 주장을 쏟아냈다. 그는 “출생시민권은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린 범죄자와 마약 밀매자들을 이 나라에서 다 쫓아내겠다. 모조리 제거할 거다. 우린 기어코 출생시민권을 끝장낼 거다. 이 정책이 원정 출산이라는 거대한 산업을 만들었다. 거기에 우리 돈 수십억달러가 들어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미 국가들에서 미국행 카라반 행렬이 잇따르는 상황을 이용해 미국 보수층의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고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31일 엘살바도르에선 미국 정착을 원하는 4차 카라반 행렬 2000여명이 남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수도 산살바도르를 출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멕시코 국경 지대에 배치되는 병력을 1만5000명까지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국방부가 국경수비대와 국토안보부 이민세관국을 지원하기 위해 7000명의 병력을 남서부 국경에 배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이주자 정책에 대한 강경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국경 배치 군대의 규모가 어지럽게 바뀌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들은 공화당 안에서조차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지난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수정헌법의) 출생시민권 규정을 뒤집진 못할 게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라이언 코스텔로 하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행정명령으로 출생시민권을 폐지하겠다고 말한 건 도움이 안되는 정치적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에 “(라이언은) 아무것도 모르는 출생시민권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게 아니라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엔비시>(NBC) 방송은 이를 “공화당 내전”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30일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의 출생시민권 폐지안은 법적 합의와 상충된다”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수정헌법 14조의 문장은 명백하며, 학계와 법조계에서 합의된 해석도 거의 일치한다. 미국에서 출생한 신생아는 자동으로 미국 시민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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