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6 16:59
수정 : 2018.11.06 22:18
|
미국 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 당선이 유력한 민주당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조지아 주지사 후보가 5일 유세하고 있다. 그는 선거 막판에 오프라 윈프리를 사칭해 ‘나의 친구 검둥이를 뽑아달라’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의 자동발신전화 공격 대상이 됐다. 서배너/AP 연합뉴스
|
미 중간선거, 최악 흑색선전·인종주의 얼룩
트럼프쪽 ‘경찰 살해하는 불법 이민자’ 광고 논란
광고 질문에 트럼프 “나는 몰라…질문 역겹다”
|
미국 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 당선이 유력한 민주당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조지아 주지사 후보가 5일 유세하고 있다. 그는 선거 막판에 오프라 윈프리를 사칭해 ‘나의 친구 검둥이를 뽑아달라’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의 자동발신전화 공격 대상이 됐다. 서배너/AP 연합뉴스
|
‘검둥이’, ‘경찰 살해하는 이민자’….
사상 최악의 분열적 선거로 평가되는 2018년 미국 중간선거가 막판에 노골적 인종주의적 광고와 선동으로 얼룩졌다.
투표를 하루 앞둔 5일 미국 전역에는 2014년 캘리포니아의 보안관 대리 2명을 살해한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민주당원이 입국시키는 것처럼 조작한 장면을 담은 선거 광고가 방영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원회 쪽이 자금을 댄 이 30초짜리 이 텔레비전 선거 광고는 명백한 허위 사실을 담고 있다.
페이스북과 <엔비시>(NBC) 및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폭스뉴스>도 이 광고의 방영 중단을 발표했다. 앞서 <시엔엔>(CNN)은 이 광고가 인종주의적이라며 뉴스 시간에도 보여주지 않았다. <엔비시>는 광고를 방영했다가 비난이 몰아치자 방영 중단을 결정했다.
배우 데브라 메싱은 <엔비시>가 자신이 출연한 프로그램에 이 광고를 물리자 “이 혐오스런 인종주의 광고”를 방영한 방송사가 부끄럽다고 트위터에서 비난했다. 이 프로그램 감독도 “엔비시 역사상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이 광고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5일 이 광고에 대해 기자들한테 질문을 받자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많은 것이 역겹다. 당신들 질문도 여러 차례 역겨웠다”고 응수했다.
민주당의 흑인 주지사 후보들이 출마한 곳에서도 인종주의적 흑색선전이 판을 쳤다. 민주당의 흑인 여성 주지사 후보인 스테이시 에이브럼스가 당선이 유력한 조지아에서는 방송 진행자로 유명한 흑인 여성 오프라 윈프리를 사칭해 ‘나의 친구 검둥이 계집애’에게 투표하라는 자동발신 전화가 유권자들에게 발송됐다. 60초짜리 이 전화는 “이 전화는 매혹적인 검둥이 오프라 윈프리가 당신에게 나의 친구인 검둥이 계집애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를 조지아 주지사로 만들어달라는 것이다”로 시작한다. 이 전화는 에이브럼스 후보를 노예시대 때 백인에게 아첨하는 흑인 유모를 지칭하는 ‘불쌍한 제마이마 아줌마’라고 불렀다.
이 전화의 화자는 ‘권력으로 가는 길’이라는 단체가 만든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아이다호의 스콧 로드가 이끄는 백인우월주의 및 반유대주의 단체로, 신나치주의 후보들을 후원한 전력이 있다. 이 단체는 민주당의 흑인 주지사 후보 앤드루 길럼이 출마한 플로리다에서도 인종주의적 내용의 자동발신 전화를 이용했다. 전화 내용은 정글과 침팬지들의 소음을 배경으로 길럼을 묘사했다. 앞서 플로리다에 온 소니 퍼듀 농업장관은 이번 선거를 ‘목화 따기만큼 중요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흑인 노예들의 노동인 목화 따기에 빗대 길럼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이런 전화가 큰 비난을 부르자, 공화당의 조지아 주지사 후보인 브라이언 캠프는 윈프리를 사칭한 전화는 자신과는 상관이 없고 “우리 국가와 지역의 드높은 이상과는 반대된다”고 비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