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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법무장관도 출입기자도 퇴출…선거 직후 ‘트럼프 스타일’ 작렬

등록 2018-11-08 18:35수정 2018-11-08 20:15

‘특검 비판’ 장관 비서실장이 직무대행
러시아 게이트 특검 무력화 시도 본격화
하원 장악한 민주당에 맞서는 조처 분석

기자회견 언쟁 CNN 기자 백악관 출입 금지
“가짜뉴스 보도하는 국민의 적” 주장
미국 중간선거 다음날인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전격적으로 해임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고는 워싱턴의 자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 다음날인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전격적으로 해임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고는 워싱턴의 자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내준 직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전격 해임하고 자신과 말다툼을 한 <시엔엔>(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시켰다. ‘트럼프 스타일’은 주눅늘지 않고 오히려 더 강력해질 수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튿날인 7일 트위터로 “우리는 세션스 장관의 봉직에 감사하고 그의 안녕을 기원한다”고 밝히고 세션스 장관을 해임했다. 그는 취임 초인 지난해 3월 세션스 장관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로드 로젠스타인 부장관에게 넘긴 뒤부터 못마땅하다는 뜻을 밝혀왔다. 세션스 장관은 대선 기간에 주미 러시아대사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자 자신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수사 지휘권을 포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가 수사 지휘권을 넘길 것이라고 미리 얘기했다면 그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세션스 장관의 해임으로 특검 수사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시비에스>(CBS)는 로젠스타인 부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세션스 장관의 비서실장으로 법무장관 대행으로 지명된 매슈 휘터커에게 넘겨야 한다고 보도했다. 휘터커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비판해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을 직접 해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법무장관 대행을 통해 특검을 해임하거나 수사를 중단시킬 가능성이 있다. 세션스 장관 해임은 하원을 장악하게 된 민주당이 특검 수사를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 대한 공격 무기로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예방 조처로도 볼 수 있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세션스의 해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의 수사를 방해하고 끝내려는 명백한 의도 외에 다른 것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확실히, 대통령은 무언가 숨길 게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 기자회견 중 언쟁을 벌인 <시엔엔>(CNN)의 짐 어코스타 기자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가운데 백악관 인턴이 어코스타 기자한테 마이크를 뺏으려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어코스타 기자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 기자회견 중 언쟁을 벌인 <시엔엔>(CNN)의 짐 어코스타 기자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가운데 백악관 인턴이 어코스타 기자한테 마이크를 뺏으려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어코스타 기자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중 <시엔엔>(CNN) 기자와 언쟁한 뒤 백악관 출입을 정지시키는 뒤끝도 보여줬다. 이날 낮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1시간20분여 동안 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극적인 자금 모금과 매우 적대적인 언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상원 다수당을 지켰다”고 자평했다.

이어진 문답에서 공격적 질문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온 <시엔엔>의 짐 어코스타 기자는 유세 때 카라반(중미 출신자들의 미국행 이민 행렬)을 ‘침입자’(invader)라고 부른 점을 문제 삼으며 “당신이 이민자들을 악마화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게 침입이라고 생각한다”며 날카롭게 맞섰다. 공방이 오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라는 내가 운영하고 당신은 <시엔엔>을 운영해야 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코스타 기자가 추가 질문을 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됐다”, “앉으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어코스타 기자가 질문을 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엔엔>은 당신을 일하게 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은 무례하고 끔찍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백악관 여성 인턴이 어코스타 기자의 마이크를 빼앗으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엔엔>이 많이 하듯이 가짜 뉴스를 보도하면 국민의 적이 되는 거다”라고도 했다.

몇 시간 뒤 백악관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어코스타 기자가 (마이크를 놓지 않으려는 과정에서) 백악관 여성 인턴의 몸에 손을 댄 점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그의 백악관 출입을 향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지한다”고 밝혔다. 어코스타 기자는 트위터에 백악관 경호 직원에게 출입증을 반납하는 장면을 올렸다. 샌더스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다른 매체의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회견에서 <피비에스>(PBS)의 흑인 기자가 “(“나는 민족주의자”라는) 당신의 발언이 백인 민족주의자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건 인종주의자의 질문이다”, “나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 하루에 보여준 언행은 대결적 정치 행태를 계속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내주고도 “엄청난 승리”를 했다며 ‘마이 웨이’의 지속을 예고했다. 최근 <액시오스> 인터뷰에서는 공격적인 언사가 잦다는 지적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회견에서 자신이 지원 유세를 한 공화당 후보들은 대부분 당선됐고, 자신과 거리를 두려 한 후보들은 “매우 형편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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